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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Feb 15. 2022

House of Gucci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우스 오브 구찌, 꽤 괜찮은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극장에 오래 걸려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인기 유명 명품 브랜드 구찌와 그 창업주 일가를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좀 그렇듯이 이미 알려진 일이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흥미가 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아마 이 사건의 결말을 알고 봤다면 조금 집중이 덜 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픽션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이야기가 주는 또 다른 무게감이 있죠.


 명품에 큰 관심이 없다 보니 구찌를 둘러싸고 이런 암투가 벌어졌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화려한 명품이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아마 대형 비즈니스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제법 있겠죠. 우리나라에서도 실화까지는 아니지만 타락한 대기업을 소재로 한 영화 '베테랑'이 이런 느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하게 명품 사업을 둘러싼 권력암투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파트리지아를 연기하 레이디 가가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녀의 인생이 이 영화의 중심인 것이죠. 제목은 구찌家이지만, 카메라는 구찌 일가보다는 파트리지아를 좇고, 이야기도 그녀를 따라 흐릅니다. 그리고 중심 이야기는 그녀와 마우리지오 구찌의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마무리는 아름답지 못한 집착이었지만, 그 둘의 첫사랑은 싱그럽게 물이 오른 사과열매처럼 풋풋했습니다. 진실되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것이었을까요. 파트리지아가 마우리지오가 아닌 구찌를, 아니 구찌의 돈을 더 사랑했던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점점 더 커지기만 했던 그 돈이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조금씩 그들을 집어삼켜버린 것이었을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과유불급'이라는 네 글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들의 선택이 계속 과해 보였습니다. 점점 더 화려해질수록, 점점 더 불안해 보였습니다. 마치 아직 채 얼지 않은 호수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달까요.


 지금의 구찌는 그냥 명품이라기보다는 글로벌 패션의 한 획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니, 화려함에 가려진 돈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보인 일련의 선택들 중에서 한 두 개 만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어땠을까요. 돈보다 그 둘의 사랑이 먼저였다면 어땠을까요.


 브랜드의 고향이 이탈리아이다 보니 화면을 통해 여행지, 관광지가 아닌 구석구석의 이탈라이를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게다가 구찌가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장해가면서 뉴욕과 같은 신대륙의 도시도 잠깐잠깐씩 스쳐 지나가고, 유럽 다른 나라들도 여행하듯 둘러볼 수 있었고요. 많은 장소들을 볼 수 있었지만, 역시 제일 좋았던 것은 노오란 햇살이 뉘엿하게 넘어가면서 황토색 벽에 반사되어 부서지는 이탈리아의 정취겠죠. 보통 스크린에서 이탈리아를 만나면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같은 유적지이거나, 큰 성당과 같은 예전 건축물들 위주로 비추어지곤 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조금 뻔한 것들'이 빠진 이탈리아여서 더 좋았습니다. 


 이탈리아와 유럽이라는 배경, 패션이라는 소재가 주는 화려함, 사업과 경영이 주는 진지함, 돈과 화려함이 건네주는 철학적 질문, 사랑과 전쟁 수준의 자극적인 스토리,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구찌라는 브랜드 파워, 이 영화는 재미있게 볼 만한 '꺼리'가 제법 많았습니다. 극장에서 금방 내려오기는 했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챙겨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벌어져버린 지나간 시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 나중에 챙겨보더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나중에 큼지막한 금액을 결제해서 구찌를 하나 장만하거나 하면 그때 한 번 더 챙겨보아도 괜찮을 것 같고요. 나름 현대 패션사에 한 획을 그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이기도 하니, 패션이라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이야기 정도는 알고 있게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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