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더하고, 다툼은 덜고
가족과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지 않을까요. 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일정 인원을 모아야 하는 골프를 평생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후배 직원의 경우에는 부모님이 골프를 좋아하시고, 아직 미혼인 두 형제도 골프를 좋아해서 가족끼리 주말이나 시간을 맞춰 항상 골프를 치러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애써 모을 필요 없이, 오로지 우리 식구들끼리 한 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할까요. 저는 어려서 일찍 독립을 해서 그런지 부모님과 5시간을 같이 있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한데, 왠지 모르게 골프장에서 5시간은 꽤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른 모 선배분께서는 장인 장모님께서 골프를 좋아하셨는데, 아들, 딸 가족 및 며느리, 사위들도 다 운동을 하라고 하신 다음, 명절이면 누구 집에 모여서 전을 부치는 것이 아니라 골프장에 모여서 자그마한 가족대항 골프대회를 하신다고 하더군요. 상금도 있다고 하고요. 명절이면 명절 증후군이다, 스트레스다 하면서 다들 명절이 사라지기만을 바란다는 뉴스가 텔레비전을 가득 채우는데, 선배님 처가댁에서는 며느리분들께서 다들 명절날을 손꼽아 기다리신다고 합니다.
저도 가족이 이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두 시간 걸리는 것도 아니고, 같이 해보지 않으면 이해해주기가 어렵겠죠. 그리고 같은 관심사가 생기다 보니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를 볼 때도 같은 콘텐츠를 시청하곤 합니다.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아버지는 야구, 어머니는 연속극을 가지고 티격태격하셨는데, 저희 부부는 같이 골프에 관심을 두고 나서는 같은 것을 보면서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같은 관심사에 시간을 쏟고, 대화가 많아진 것뿐만 아니라 생일이나 기념일에 선물을 마련해 주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상대방의 관심사에 필요한 물건을 잘 고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남자자 여자 화장품을 고른다거나, 여자가 본인이 잘 모르는 캠핑용품을 산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비싼 돈을 들일 수도 있죠. 하지만 둘 다 골프를 하고 있을 때는 가볍게는 '아무리 많아도 계속 사라지는' 골프공부터 골프웨어, 클럽 등등 평상시 같이 운동하면서 상대가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을 쉽게 찾아서 선물해 줄 수 있습니다.
탁 트인 잔디 위를 같이 걷고 있자면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긍정적인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공이 좀 안 맞을 때가 있을 수는 있으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파란 하늘에 하얀 공을 띄우고 있으면 서로 짜증을 낼 일이 없겠죠.
친구나 후배들하고 맥주 한잔 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결혼하고 아내와 같이 배운 것 중에서 '스쿠버 다이빙, 서핑, 골프' 이 세 가지가 가족관계에 아주 좋더라."
"왜?"
"스쿠버 다이빙은 물속에서 말을 할 수가 없어. 눈만 보고 수신호만 해야 하거든. 싸우려야 싸울 수가 없지."
"서핑은?"
"서로 언제 파도가 오나 바다만 쳐다보고 있다가, 그거 잡기 바빠서 마찬가지로 이야기할 틈이 없어."
"대화를 안 하는 취미가 좋다는 거네? 근데 골프는 같이 오래 붙어있는 거 아니야?"
"같은 쪽으로 안치면 되거든. 어쩔 수 없이 만나는 티박스랑 그린에서는 조용히 해야 되니까 사실 복잡한 이야기를 하려야 할 수가 없어. 내가 생각하는 '부부 사이에 좋은 취미'는 서로 간에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고, '행복한 기억과 감정'만 공유하고, '과도한 콘텐츠(대화)'는 지양한다. 이게 포인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