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어떤 거 치세요?

공이 달라지면 스코어도 달라지는가

by jim

처음 골프장에 나갈 준비를 할 때 골프공을 사가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기억이 납니다. 골프장에 내는 비용이 한두 푼도 아니다 보니, 볼링장에 가면 볼링공이 있는 것처럼 거기 가면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던 것이죠. 공을 준비해 가야 한다는 것을 듣고, '첫 라운딩은 공 찾으러 뛰어다니다가 끝날 수도 있다'는 골프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묶음으로 파는 로스트볼을 왕창 구매했었습니다.



좋은 기회가 닿아 골프를 잘 치시는 분과 라운딩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업무 외에 사적으로 뵙는 것은 처음이라 짧지 않은 시간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골프장에서 만나면 그냥 '골프 이야기'만 하면 되니 굳이 '유머 시리즈' 같은 것들은 준비해 갈 필요는 없더군요. 이것도 골프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그분께서 첫 티박스로 들어가면서 공 한 슬리브씩 주시면서 먼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골프장에서 절대 내기하면 안 되는 사람을 첫 티박스 이전에 알아채는 방법이 있어. 먼저 캐디가 드라이버 커버를 벗길 때, 드라이버 중앙에 정타를 맞춘 자국 외에 다른 곳에는 공 자국이 없는 사람은 무조건 피해. 그리고 공 꺼낼 때, 똑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만 쓰는 사람도 아주 조심해야 돼."


아직 100개냐 99개냐 하던 시기이기 때문에, 공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나중에 잘 치면 새 공을 쳐야 된다더라'는 맹목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죠. 사실 공이 문제겠습니까. 클럽도 아무런 잘못이 없죠. 문제가 있다면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제 스윙이 문제니 까요.


어느덧 벌타가 많이 줄고, 더블보기보다는 보기의 숫자가 늘어가고, 가끔 찾아오는 버디 찬스를 아쉽게 놓쳐 컨시드 파도 한두 개 생길 때쯤 되니, '계속 아무공이나 쳐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보다 운동을 늦게 시작한 어떤 친구는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자기는 스윙 스피드가 빨라서 4피스 공은 쳐야 된다'라고 하는데 이야기를 듣고 가격을 검색해 보니 공 한 개가 어지간한 점심식사 한 끼 가격이더군요.


공이 잘 맞는 날은 볼 하나로 18홀을 다 돌다 보니 공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특히 56도, 60도 웨지로 큰 스윙을 해서 몇십 미터를 원하는 대로 보내곤 할 때에는 공이 많이 깎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드라이버가 도로를 맞아서 공 표면이 눈에 보일 정도로 긁히기도 했고요. 이대로 쳐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게 뭐 얼마나 영향을 주겠어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공학을 전공하면서 유체역학 수업을 들었다는 사람이 참 과학을 무시한 처사이기는 합니다.


그렇게 공은 개의치 않고 계속 플레이를 하다 보면서 간혹 이상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분명히 같은 조건에서 같은 스윙을 했는데 비거리나 런이 다르다는 것은 조금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공은 조금 말랑말랑하게 맞는 것 같고, 어떤 공은 잘 맞은 느낌에 비해서 공이 멀리 나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공은 원하는 지점에 잘 멈추는 반면, 어떤 공은 하염없이 굴러가서 의도치 않은 행운(?)이나 불운(?)이 생기기도 했죠. 그때쯤 예전에 그 선배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좋은 공 나쁜 공, 비싼 공 싼 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똑같은 공만 들고 다니는 사람은 무조건 조심해야 돼."


갑자기 '일관성'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골프라는 운동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바람, 바닥상태, 내 컨디션, 남은 거리 등등 말이죠. 거기서 제가 '공'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하늘을 날아서 땅을 굴러가서 홀컵까지 들어가야 되는 게임 전반에 걸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이지 않을까요. 그때부터 조금 검색을 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로스트볼은 공이 섞여서 오기도 하고, 공이 어떤 상태에 있다가 왔는지 모르다 보니 겉모습만 보고 공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명 브랜드의 A급 로스트볼보다는 본인에게 맞는 새 제품을 쓰는 게 좋다고 하시는 분도 있으시고요.


공을 구분할 때 공의 내부 구조에 따라 2피스부터 3~4피스, 또는 그 이상으로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 피스가 늘어날수록 공정이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가격이 증가합니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제작하는 이유는 스핀 컨트롤 등 부가적인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통상 피스가 낮을 수로 스핀이 잘 안 걸리기 때문에 긴 거리를 비행할 때 방향 오차가 덜 발생하고, 런으로 인한 비거리 이득이 좀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피스가 많을수록 스핀 컨트롤이 좋고 공을 잘 세울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에 따라 소위 '잘 치면 3~4피스', 초보자는 '2피스'를 추천하나 봅니다. 물론 잃어버렸을 때 가격도 고려한 것이겠지만 말이죠.


2피스 공은 새 공을 기준으로 1~2천 원부터 시작하고, 3피스 이상의 공들, 특히 소위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계열은 공 하나에 어지간한 점심식사 비용부터 시작합니다. 고급 공들은 로스트볼도 2피스 새 공보다 비싼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공을 선택할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공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같이 운동했던 후배나 친구들 중에 비싼 공 슬리브 하나 꺼내놓고, 드라이버 칠 때마다 '짜장면 한 그릇이다'는 말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더군요. 본인의 스윙이 자신이 없다면, 자신 있게 칠 수 있을만한 부담 없는 공을 올려 두는 것이 경기에 대한 자신감에도 더 좋지 않을까요.


이밖에도 공의 재질부터 딤플의 형태까지 다양한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제가 선수도 아니고, 프로샵 판매직원도 아니다 보니 주말골퍼로서 너무 깊이 공부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적당한 가격에 2피스 공 하나만 치기 시작하다가, 숏게임이 원하는 대로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마찬가지로 적당한 가격의 3피스 공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저는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3피스 우레탄 볼의 말랑한 느낌이 좋더군요. 물론 말랑한 느낌만큼이나 도로에 부딪히거나, 웨지를 좀 크게 휘두를 때면 공이 많이 깎이기는 합니다.


아내도 저와 같은 공을 계속 써왔습니다. 그런데 저와 같이 3피스를 치기 시작하면서 비거리가 눈에 띄게 줄더군요. 안 그래도 작은 체구로 인해 거리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있었었는데, '공이 왜 안 굴러가고 자꾸 멈추지'라고 하길래 2피스 공을 다시 추천해 줬습니다. 다시 2피스 공을 치면서 원래 비거리를 회복하고, 어프로치도 오히려 더 나아지더군요. 결국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비싼 것'이 아닌 '나에게 맞는 공'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직 다양한 공을 쳐본 경험도 없고, 공의 차이를 미세하게 느낄 실력은 아닙니다. 그리고 클럽과는 다르게 공은 시타를 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정말 잘 치시는 분들은 공을 어떻게 고르시는지, 아마추어들처럼 '인터넷 검색해서 글로 배워서' 결정하시는지, 아니면 '아는 분 소개'로 사시는지 궁금합니다.


PGA 프로들은 경기 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협찬받은 유명 브랜드 공을 쌓아두고 실제 플레이할 때와 동일한 조건에서 연습을 하는 모습을 공개하곤 합니다. 이런 기회가 있다면 아마 공을 좀 체계적으로 골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연습장에서는 연습장 공을 때리고, 또 필드에선 다른 공을 때리는 아마추어 입장에서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공을 치시나요? 그리고 어떻게 그 공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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