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코스, 다른 경기
어느덧 올해도 절반이 지나 7월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장마 이전이어서 그렇게 덥지는 않지만, 장마가 지나고 나면 30도를 훌쩍 넘고 밤에도 에어컨 바람 없이 잠들기 어려운 시기가 오겠죠. 어릴 적에는 4계절이 뚜렷해서 우리나라가 아름답고 복 받은 것이라고 무작정 배웠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옷도 다양한 종류가 필요하고, 활동도 제약되고 해서 불편한 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기는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장비를 관리하는 것은 잘하지 않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를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봄에 한 두어 달 타다가, 장마철에 못 타고, 더워서 몇 달 손을 안 대게 되면 녹도 슬고, 바람도 빠지고, 가을에 수리해서 잠깐 두어 달 타면, 다시 매서운 추위로 인해서 처박아 두게 되거든요.
골프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기회만 닿으면 열심히 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어떤 분들은 더울 때는 피하고, 추울 때도 피하곤 하시죠. 정말 그림 같은 날씨에 상쾌하게 칠 수 있는 날은 그린피가 비쌀 수밖에 없고, 가격을 떠나서라도 사실 부킹 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기회만 닿으면 치자는 쪽이고, 아내는 덥고 추운 날은 굳이 나갈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는 쪽이죠. 불러만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다 보니, 같은 골프장에서 같은 멤버로 플레이하더라도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되곤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추운 날씨보다는 더운 날씨를 좋아합니다. 초반에 열심히 운동을 했던 곳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덥다는 대구여서 그랬을까요. 30도, 35도가 훌쩍 넘는 날씨라도 골프장에서 잔디를 밟고 있으면 사실 아스팔트 바닥처럼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는 잔디 위에서는 같은 온도라고 하더라도 도심 속 열기는 느껴지지 않거든요. 물론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골프장은 아직 나무들이 어려서 그늘도 별로 없고, 뙤약볕에 기운이 빠지기도 하지만, 역사가 조금 있는 골프장은 울창한 수풀이 주는 그들도 선선합니다. 물론 수풀이 우거질수록 공은 많이 잃어버린 다는 것은 함정이기는 합니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골프장이 좀 덜 덥다는 것 말고도 여름 골프가 괜찮은 점은 몸이 잘 풀린다는 점입니다. 확실히 몸을 덜 풀어도 겨울철보다는 스윙이 부드럽습니다. 마라톤이나 달리기를 할 때도 비슷한 점을 느끼곤 합니다. 쌀쌀할 때 뛰는 것이 기분은 상쾌하고 땀도 덜 나지만, 이상하게 기록을 보면 좀 더운 날씨에 뛰는 것이 더 빠릅니다. 몸이 잘 풀렸다는 것이겠죠. 티업 시간이 이른 경우가 많은데, 사실 프로선수처럼 웜업을 충분히 하지 않고 티박스에 올라가는 저 같은 주말 아마추어 골퍼들 입장에서는 여름철 스코어가 더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 단점이 있죠. 사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날씨는 비입니다. 일단 비가 많이 오거나 천둥 번개가 치면 어렵게 도착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못 나갈 때도 있고, 막상 나갔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많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도 4,100원이 지닌 가치가, 커피 외에 카페라는 공간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듯, 그린피에는 게임 자체와 함께 골프장을 즐긴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비가 내려서 카트에만 앉아있다 보면, 골프장을 즐기기는 어렵기도 합니다. 우산을 쓰고 복잡하게 다니면 집중도 잘 안되고, 우의를 입고 있으면 스윙도 어색하죠. 젖은 손에서 그립은 자꾸 미끄러지고, 굵은 빗줄기에 볼은 날아가면서 툭툭 떨어지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동반자들 사이에서 말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언제 끝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습기가 많은 날의 골프는 은근히 지칩니다. 티샷 이후에 세컨드샷을 위한 클럽과 웨지 두어 개, 퍼터를 함께 들고 다니는 습관 때문에, 보통 클럽을 잔디 위에 던져놓는데, 그립이 축축해진 클럽은 확실히 다음 스윙에 영향을 미치더군요.
습기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바람 부는 날씨죠. 적당히 부는 바람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도 하고, 더운 날씨에 몸을 식혀주기도 하지만, 계속 몰아치는 바람은 심신을 지치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귓가에 계속 윙윙대는 바람소리는 조금 떨어진 동반자들과 대화도 어렵게 하고, 어드레스를 했을 때 집중도 잘 안되게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잘 모르고 있었는데 저도 참 깐깐한 사람 같네요.
티업 시간은 잡아주는 대로 나가는 편이지만, 여름에는 점점 더워지는 오전 시간보다는, 점점 해가 기울어서 선선해지는 오후 티업이 나은 것 같습니다. 겨울철에도 꽁꽁 얼어있는 이른 시간보다는, 코스가 볕을 받아 조금 녹아있는 오후 티업을 선호하고요. 사실 알고 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겨울철에 어려운 것은 살을 에는 추위, 얼어있는 손가락뿐만 아니라, 꽁꽁 얼어있는 그린이지 않을까요. 정확한 거리라고 생각해서 그린에 떨어뜨린 세컨드샷이 피칭이 마치 도로에 떨어진 공처럼 한없이 튀어올라 그린 뒤로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적당히 앞에 떨어뜨려 굴려야 한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몇 홀 지나기 전에는 감도 잘 오지 않고요.
골프라는 운동을 하기 전에는 잠들기 전에 다음날 출퇴근 시간 비가 오는지 정도만 체크하는 것이 날씨에 대한 제 관심의 전부였습니다. 가끔 휴가나 여행이 생기면 그 정도만큼 관심을 더 기울였겠죠. 하지만 골프를 한 이후에는 라운딩 약속이 잡히고 나면 몇 주 며칠 전부터 그날 기온, 강수, 바람 모든 것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의식'한다기보다는 이왕이면 '더 좋은 날씨'에서 좋은 시간을 갖고 싶으니까요. 물론 주가 마냥 '보고 있는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행복한 기대' 정도로 귀엽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대부분 좋은 날씨에서 운동하시는 것을 선호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날씨가 가장 별로이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