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클럽, 많이 치는 클럽

골프백 속 14자루의 클럽, 의도치 않은 편애

by jim

골프를 치면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재미 중의 하나는 내 골프백을 아기자기하게 채워나가는 맛이지 않을까요. 아이언은 세트로 구성하고, 드라이버는 나에게 잘 맞는 브랜드로, 필요한 우드나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 등등 채워나가면서, 아이언 세트에 있는 기본 웨지의 간격을 메꿔줄 수 있는 각도별 웨지 한두 자루, 이렇게 말이죠. 스윙이 몸에 익어가고, 연습량에 따라 거리가 늘어가면 그에 맞춰 긴 채, 짧은 채 구성을 바꾸기도 해야 하죠. 또 반대로, 연습을 통 못하고, 기운도 달려(?) 지는 시기가 오면 그에 맞춰 클럽별 거리를 다시 구성해야 하기도 합니다.


자주 가는 골프장에 따라서도 클럽 구성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짧은 코스라면, 드라이버를 200을 넘기지 않더라도 미들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을 노려볼 수 있지만, 넓고 긴 코스에서는 드라이버 오잘공이 나온 다음에도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집어야 하니까요.


제 아내는 거리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여러 개 챙겨 다니고, 잘 맞지 앉는 롱 아이언은 아예 빼 버렸죠. 저도 거리가 많이 나는 편은 아니지만, 숏게임이 자신감이 별로 없어서 긴 채보다는 웨지 종류를 조금 더 넣어 다니는 편입니다. 감이 좋은(?) 아내는 샌드웨지 하나를 가지고 스윙 크기를 가지고 몇 미터 몇 미터를 잘 맞추던데, 저는 같은 스윙 크기로 각도를 바꿔가면서 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안정적이더군요. 보통 그린 주변으로 이동할 때 퍼터와 웨지 두세 자루를 직접 들고 가는 편입니다. 가끔 캐디가 있는 골프장에서는 "어프로치 어떤 걸로 챙겨드릴까요?"라고 어쭤보실 때 "웨지 다 주세요"라고 하면 기겁을 하기 때문에 "제가 알아서 챙겨가겠습니다"라고 하는 편입니다.


제일 많이 치는 클럽은 단연 '퍼터'겠죠. 홀인원이나 칩인은 로또와 비슷한 확률이니, 한 홀에 무조건 한 번은 쳐야 하고, 사실 두세 번씩 치니까요. 그 외에 많이 치는 클럽은 가급적 적게 꺼내어 들려고 해도, 왠지 자존심 때문에 자구 들게 되는 '드라이버'일 겁니다. 요새 들어 '드로우'라고 우기고 있는 '훅'이 제법 나는 드라이버보다는, 20~30m 덜 날아가더라도 안정적으로 원하는 방향을 보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를 드는 것이 나을 텐데 말이죠.


퍼터와 드라이버처럼 특정 상황에서 꺼내어 드는 채를 제외하면 아마 웨지를 가장 많이 치지 않을까요? 아직 세컨드 아이언 샷이 그린에 적중하기보다는 그 언저리에 떨어질 때가 많으니까요. 웨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글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 보면, 그루브가 어떻고 프로선수들은 얼마나 자주 바꾸고, 이번 신제품은 뭐가 나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저는 사실 그렇게 잘 치는 골퍼도 아니고, 좀 둔감하기도 한 편이어서 그냥 각도만 맞춰서 쓰는 편입니다. 맨 처음 바꾼 56도 클리블랜드 웨지는 예전 친선 골프대회 때 실력이 아닌 퀴즈 정답 경품으로 받아왔던 것이고, 그다음 바꾼 50도 웨지는 갭웨지가 없던 시절 중고로 타이틀리스트 보키 웨지를 들였었습니다. 뭔가 아주 짧은 거리를 안정적으로 치고 싶은 마음에 60도 웨지를 구해봐야겠다 했을 때는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인터넷에서 중고로 3만 원짜리 구형 클리블랜드 웨지를 구했고, 피칭 거리를 조금 다듬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중고 46도 타이틀리스트 보키를 중고거래를 통해서 끼워 넣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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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일 자주 치는 클럽은 이 중에서 3만 원짜리 60도 웨지입니다. 그루브도 요새 것들처럼 날카롭지는 않지만, 어차피 10~15m 이내의 짧은 거리를 눈으로 대충 보고 보내려고 구했던 탓이라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적당한 녹(?)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이지 않을까요.


저는 모든 물건에 대해서 신제품, 하이엔드, 플래그십 등에 대한 물욕이 별로 없다 보니, 전자제품이 아닌 이상에는 그냥 적당한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을 선호합니다. 골프채는 중고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핑, 테일러메이드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관심에 두고 있고 가격대가 평균적인 클럽들은 한두 시즌이 지난 중고클럽을 저렴하게 구하기가 쉽습니다. 원하는 클럽 헤드, 샤프트 플렉스를 정해두고, 생각이 날 때마다 중고물품 리스트를 보다 보면 보통 1~2주 안에는 원하는 가격대의 물건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 중고로 선배님께 구매했던 캘러웨이 x20 아이언 세트(4~PAS)는 딱히 바꿀 이유가 없어서 그냥 쓰고, 위에 말씀드린 대로 웨지를 교체했습니다. 드라이버는 시타를 통해서 저에게 잘 맞는 Ping G400을 수년 전 신품으로 구매했었는데, 이후에 G400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3번 우드, 3번 하이브리드, 4번 크로스오버가 중고로 나올 때마다 저렴하게 10만 원 대로 하나씩 채워나갔었죠.


몇 달 몇 년에 걸쳐 한 자루 한 자루 애착을 가지고 클럽세트를 구성해보니, 라운딩에서 동반자의 클럽세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꼭 초보, 안 초보를 구분하는 것뿐만 아니라도 '아, 이 분은 장타자 시구나', '이 분은 섬세한 분이시구나', '이 분인 부자(?) 시구나' 등등 많은 예상과 추측(?)을 해보고, 이것들이 맞아떨어질 때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곤 합니다.


여러분의 클럽은 어떤 14자루가 꽂혀있는지 궁금합니다. 그중에 어떤 클럽을 가장 좋아하시고, 실제로 가장 많이 휘두르는 클럽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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