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in YouTube
예전에는 골프 관련 콘텐츠 보려면 케이블 TV에 편성된 골프방송을 봤어야 했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죠. 비단 골프 관련 콘텐츠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 콘텐츠, 어린이용 콘텐츠 등 모두 해당되는 유행일 것입니다. 전이 읽었던 글이 기억이 납니다. 요즘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거실에서 식구들과 TV를 함께 보는 것보다 자기 방에서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것에 더 익숙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TV에 더 익숙한 30대 이상의 세대 위주로만 프로그램이 편성된다고 하더군요. 1990년대, 2000년대 음악과 당시를 회상하는 드라마들, 레트로나 복고 콘셉트가 유행하는 것은 다시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이라기보다는, 사실 TV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입니다. 몇 달 전인가 길을 걷다가 어린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TV에는 왜 이효리나 엄정화나 아줌마들만 나와? 노래도 다 옛날 노래고. 안 그래도 볼 것도 없는데 TV는 점점 더 못 보겠어." 그리고 그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열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BTS를 만나러 떠나더군요.
유튜브는 콘텐츠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제가 유튜브에 느낀 매력은, 맨 처음에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이후 '누구나 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요즘에는 TV 앞에 앉아있을 필요 없이, 방영시간을 맞출 필요 없이, 즉 '물리적 제약 없이' 온디맨드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골프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도 비슷한 패턴으로 변화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골프 관련 콘텐츠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검색창에 골프를 찾아보면 외국인들의 영상만 볼 수 있었죠. 요즘은 유튜브의 노출 알고리즘 때문에 제 메인 페이지에 잘 뜨지 않지만 지금까지 구독하고 있는 대표적인 채널이 몇 개 있습니다.
PGA 투어에서 공식으로 운영하는 채널에서는 각 대회에서 나오는 기가 막힌 장면들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뉴스의 골프 단신을 기다렸다 볼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인스타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참 좋습니다. 짤막한 영상들을 보고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단점이라고 하면, 제 수준에서는 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넘사벽'의 영역이라는 것 정도일까요.
영국인 프로골퍼 Rick Shiels의 채널은 우리나라로 치면 '심짱'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전문 방송인은 아니지만, 적당한 레슨, 적당한 제품 리뷰, 적당한 흥밋거리, 적당한 이벤트 등의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Me and My Golf는 상대적으로 레슨 동영상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우리나라에서도 골프 관련된 콘텐츠가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연예인들 콘텐츠라 쏟아져 나오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유튜브 골프계에서는 '심짱'이 거의 유재석급이었지 않을까요. 레슨도 있고, 이벤트도 있고, 제품 리뷰, 약간의 예능까지, 당시에만 해도 유튜브에서 거의 골프 종합채널 수준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빅보이, 킹라바 등 크루로 묶어 활동하면서 개별로 운영하는 채널에도 각기 다른 관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 했습니다.
미국에서 프로를 하고 있는 '에이미 조' 프로의 채널도 한국어로 접해볼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였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어로 된 영상으로 체계적인 레슨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았고, 특히 저희 아내와 같은 여성 아마추어 골퍼들은 여성 프로의 레슨 영상을 선호하기도 해서 많이 찾아봤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연예인들이 VLOG다 뭐다 하면서 유튜브에 잔뜩 뛰어들면서, 유튜브 콘텐츠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전문 방송제작사들이 연예인을 앞세우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의 아마추어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려운 느낌이랄까요.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를 비롯하여 셀 수 없는 연예인 골프 채널이 등장하다 보니 앞서 꾸준히 찾아보던 골프 채널들의 피드 노출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를 처음 봤을 때는 드론으로 촬영한 화면, 마치 TV 예능을 보는 것 같은 자막 등등 때문에 '이게 유튜브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세계였죠. 이 정도 퀄리티의 영상을 유튜브로 볼 수 있다면 TV는 이제 필요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실제 몇 년 전에 TV가 고장 난 이후 재구매 없이 살고 있긴 하지만요. 이 영상에서는 사실 배울 것은 없습니다. 이상하게 치는 아저씨 둘이서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것을 보는 '예능'일뿐이니까요. 우리가 '뭉쳐야 찬다'를 보면서 축구 기술을 보는 것이 아니듯, 이 채널에서는 골프의 골자도 배울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 너무 재미있어서 챙겨보긴 했으나, 요즘에는 사실 '너무 물고 뜯는 변함없는 구도'가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김구라 같이 말이 많고, 자신에게만 관대한 골퍼가 제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동반자이다 보니 보지 않은지 꽤 되기도 했습니다.
김구라 말고도 전문 방송인의 골프채널은 요즘 넘쳐납니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홍인규, 변기수 등 주로 개그맨들이신데, 저희 아내는 재미있게 종종 챙겨보고 있으나, 저는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개그콘서트'보다는 '무한도전' 취향이다 보니 '개그콘서트' 방식의 웃음을 강요하는 진행, 개인기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말이 많아서 계속 보기가 어렵더군요. 반면, 진지하게 골프에 임하는 자세 때문인지 꾸준히 실력이 늘어가는 두 분의 플레이를 보면 김구라 채널보다는 보고 배울 것이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연예인들의 골프 채널에서 재미있는 것은, 각 분야마다 인맥의 풀이 다르다 보니 게스트가 다르다는 것이죠. 성대현 골프채널에서는 다른 채널에서 잘 나오지 않는 분들의 스윙을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었습니다. 다른 채널에 비해 적당히 비어있는 오디오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기도 하고요. 다만 요즘은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계속 같은 골프장에서만 촬영을 해서 조금 지루해지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정명훈, 장동민, 유상무 등등 많은 연예인들의 채널이 있습니다. 유상무 씨의 채널은 실제 골프 투어프로를 준비하는 영상이어서, 진지하긴 하지만 저는 큰 재미를 모르겠고, 장동민 씨의 영상은 너무 소리를 많이 지르시고, 욕이 많이 나와서 보다가 깜짝깜짝 놀라고 불편해서 몇 편 못 보겠더군요. 정명훈은 골프는 정말 잘 치시는데, 그분의 개그만큼이나 유튜브 영상에서도 재미있는 포인트를 못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티칭프로는 단연 임진한 프로일 것입니다. 예전에 골프 TV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될 때에 '임진한의 전국투어', '임진한의 터닝포인트' 등이 아주 인기였죠. 임진한 프로가 직접 채널을 하기 이전에도 임진한 프로의 콘텐츠는 이미 유튜브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역시나 직접 채널을 운영하시더군요. 거기다가 A급 프로 수준에 맞는 A급 연예인 게스트로 필드레슨 영상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시니, 거의 골프채널의 끝판왕이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는 유튜브에서 '손예진'씨를 만날 수 있는 영상도 올려주셨으니, 다른 골프채널과는 아예 다른 수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 시작한 '스타 골프 빅리그' 채널도 당분간 챙겨볼 것 같습니다. 골프깨나 친다는 12명의 배우, 가수, 개그맨들이 모여 3개 조를 만들어서 경기를 하는 것이죠. 양파(Double Par)도 오케이(Concede)도 없이 정식 룰대로 하는 대회라니. 초보 골퍼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친구들과 한번 제대로 실력을 겨뤄보고 싶은 로망을 달래주는 영상입니다. 3팀 12명이 경기를 벌이다 보니 한 영상에 한 홀씩 진행되고 있어서, 최종 결과까지 몇 달은 짤막한 영상을 즐기면서 보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튜브는 시청 패턴에 따라 추천해주는 영상이 아주 다르다 보니 지금 살펴본 채널들이 다른 분들께는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저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우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나 동영상은 어떤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