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캡별 골프 플레이
보통 골프장은 18개 홀, 파 72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Out 코스와 In 코스 9홀씩, 전후반 각각 파 3홀이 2개씩, 파 5홀도 2개씩 있죠. 즉, 10개의 파 4홀과 각각 4개씩 있는 파3, 파 5홀로 되어있는 것입니다. 모든 홀을 파로 마무리하면 딱 72개, 이븐 플레이를 할 수 있겠죠. 물론 이런 스코어는 TV 속 경기에서나 보았을 뿐, 제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 가져본 적 없습니다.
보통 골프를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백돌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총 스트로크 100타 이상을 친다는 것이죠. 사실 굉장히 애매한 표현이기는 합니다. 우리나라는 진행상의 문제로 양파(더블파)를 적용하기 때문에 최고(?) 스코어가 144타를 넘을 수가 없게 되어있지만, 실제 규칙대로 하자면 초보자들은 한 홀에서 4타, 5타 이상 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어쩌면 200타를 치게 될지도 모르죠. 아직 벙커 연습이 안되어 있다거나, 드라이버 티샷이 열에 대여섯 개가 OB라면 사실 양파는 혜택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경기 운영상의 문제로 100개 이상을 치면 다 비슷한 수준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모든 홀을 더블보기 이내로 막는 108개 이내의 골퍼와 그 이상의 골퍼는 다르다고 봅니다. 파 4홀을 기준으로 더블보기는 티샷 OB를 냈으나 다른 스트로크는 잘 마무리한 경우, 또는 3 온 3 퍼트, 4 온 2 퍼트, 2 온 4 퍼트와 같이 약간의 실수가 있는 '보통의 플레이'이거든요. 모든 홀을 '보통의 플레이'로 막았다는 것은 아마 '골프가 칠만해졌다, 재미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간혹 자칭 타칭 백돌이라는 분들 중에서 '드라이버만 안 죽으면 90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합니다. 사실 결국에는 백돌이라는 이야기겠죠. 드라이버를 안 죽도록 치던가, 드라이버 대신 자신 있는 클럽을 한번 더 치던가 해서 더블보기~보기로 마무리하는 것이 어쩌면 더 정상적인 플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00타'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9개의 보기, 9개의 더블보기. 파를 하나 하면 더블보기를 한번 더 하더라도 스코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이렇게 말이죠. 더블보기를 보기로 만든다고 하는 것은 스트로크를 좀 더 정확하게 한다거나 실수를 줄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린 언저리에 올린 공을 보통 3 퍼팅한다면, 첫 번째 퍼팅에서 컨시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세컨드샷 아이언이 그린에 바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린에 올릴 수 있어야 하고, 그린 주변에서 시도하는 어프로치는 얼추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 단계에서는 아직 고치고 다듬어야 할 샷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한두 가지만 수정해도 스코어에서 큰 발전을 볼 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0타를 먼저 깨기 위해서는 고르게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적이나 방향이 구체화되지 않은 연습보다는, 지난번 경기에서 가장 실수가 많았던 스윙을 집중적으로 고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99타, 98타, 한두 타씩 줄이다 보면, 어느 순간 '보기 플레이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모든 홀을 보기로 막으면 파 72 코스에서 정확시 90타를 기록하게 됩니다. 파 4라면 3 온 2 퍼팅, 2 온 3 퍼팅. 사실 어느 정도 안정된 스윙을 가지고 있다면, 장애물 등의 어려움이 없다면 보통의 플레이어들도 조금만 신경 쓰면 가능한 범위의 스코어입니다. 파 4홀에서의 세컨드샷이나 파3 티샷, 파 5의 서드샷을 어지간하면 그린에 올릴 수 있고, 못 올리더라도 멀지 않은 언저리에서 어프로치를 시도할 수 있는 정도의 골퍼가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린에서 애매한 위치에서 한 번에 넣지는 못하지만 제법 OK를 들을 정도의 거리감도 있어야겠지만요.
아직 보기 플레이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이제부터, 80타대부터 뭔가 다른 영역으로 다가옵니다. 스코어 첫 글자를 8로 그리기 위해서는 보기의 개수보다 많은 파, 더블보기의 개수보다 두배는 많은 파를 해야 합니다. 더블보기와 보기의 차이가 '실수'의 영역이라면 보기와 파의 차이는 '실력'의 영역이겠죠. 파 4홀을 기준으로 두 번에 올리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합니다. 못 올리면 무조건 원퍼팅으로 마무리해야 하거든요. 파3는 무조건 한 번에 올려야 합니다. 못 올린다면 어프로치를 퍼팅처럼 정교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린의 언듈레이션도 스스로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바로 넣는 것이 어렵다면 다음번에 치기 좋은 위치를 가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100타에서 90타까지 오는 동안 공격적인 플레이로 스코어를 줄였다면, 이제부터는 수비적으로 스코어를 아껴야 할 수도 있습니다.
80타 대도 같은 80타대가 아니겠죠. 스코어를 줄이면 줄일수록 더 줄일 실수가 점점 더 없어지고, 더 발전시킬만한 스윙도 없어집니다. 사실 보기 플레이어나 88~89타 정도까지는 거리가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400m가 좀 넘는 파 4에서 세 번에 올려도 되거든요. 그렇지만 80타 초반을 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한 타를 양보해서는 안됩니다. 250m 정도는 티샷으로 해결하고, 그다음 미들 아이언으로 그린을 바로 공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싱글 플레이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사실 좀 어색한 영어이기는 합니다. 영어로 만약 'Are you a single player?'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혼자 오셨어요?'라고 들리기도 하고, 혹은 'Are you single?'이라는 질문 결혼 여부를 묻는 것으로 오해도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에서는 'Single-digit handicapper'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핸디캡이 한자리(Single digit)인 플레이어를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 개념대로면 1~9 오버파, 즉 파 72홀 기준으로 73타에서 81타를 치는 플레이어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진정한 싱글은 7자'라고 하면서 대부분 73~79타까지만 싱글 플레이어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죠.
이 정도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있지 않을까요? 사실 항상 싱글을 치시는 분과 플레이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일생에 한번 치신 분은 있었고요.) TV에서나 보던 수준의 실력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되지 않기는 합니다. 싱글을 치기 위해서는 모든 홀을 파를 한다는 기준으로 쳐야 합니다. 그러면 정교한 퍼팅을 위해서 그린상에 원하는 위치에 공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교한 아이언샷이 필요할 것이고, 그렇다면 라이와 잔디가 모두 좋은 페어웨이 적당한 지점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정교한 티샷도 필요할 것입니다. 숏퍼팅 실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죠. 궂은날이면 비와 바람에 따라 공의 궤적을 바꿀 수 있는 스킬샷도 구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도그렉 방향에 따라 구질 변화도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연 연습을 한다고 해서 이런 것이 저 같은 일반인도 가능할지 싶기도 합니다.
저는 운동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고, 연습할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기에, 잘 치기보다는 즐겁게 치자는 쪽으로 스스로를 최면하고 있는 보통 골퍼입니다. 가급적 3 온 2 퍼트 보기로 잘 막았으면 좋겠고, 가끔 2 온이 되면 3 퍼트 없이 파 하나씩 잡으면서, 드라이버 잘 달래서 OB랑 더블보기 없이 스코어카드를 대부분의 1과 약간의 0으로 채워나가는 게 목표이고 재미인 수준입니다. 핑계이긴 하겠지만 그 이상 투자할 노력, 에너지, 시간이 좀 부치기는 하네요.
여러분들의 골프는 어디쯤이신지, 그리고 거기에서 어떻게 재미있게 즐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