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즐기는 골프 게임 시뮬레이션, 파이골프
2020년 초에 가정용 스크린골프라고 부르기도 하는 '파이 골프'를 구매했었습니다. 당시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기 시작했고, 실내 운동도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죠. 몇 년 전부터 이런 제품이 있다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기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광학 센서로 공의 궤도를 계산하는 스크린 골프장도 완전히 정확하지 않은데, 골프채에 부착하는 작은 센서를 가지고 하는 것이 얼마나 정확도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고 있었죠.
파이골프뿐 만 아니라 다른 골프클럽이나 연습용 스틱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가정용 스윙 분석기가 다양합니다. 제가 제품을 설계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이로나 가속도 센서를 통해 속도와 방향 변화를 측정하는 이러론 종류의 센서들은 실제 공의 임팩트나 방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윙 궤도를 바탕으로 '잘 맞았을 때'의 공의 궤적을 '예측'하는 것이다 보니, 당연히 뒤땅이나 탑핑은 구현될 수가 없겠죠.
게다가 실제 클럽에 센서를 부착할 수는 있지만, 서른 평 남짓 되는 보통 아파트 거실에서 사실상 드라이버 같은 긴 채를 휘두를 수는 없으니, 결국 짧은 연습용 스틱으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헤드 무게감, 어드레스 등등 모든 것들이 '실제와는 다를' 수밖에 없겠죠.
패키징을 열고 의심반 기대 반으로 처음 접속을 해보고서 꽤 깜짝 놀랐습니다. 슬라이스, 페이드, 훅 등과 같이 제가 실수했을 때 나오는 고질적인 구질들이 얼추 비슷하게 나오더군요. 공의 임팩트가 아닌 스윙의 궤도만을 가지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보니, 오히려 스윙 궤도만큼은 정확하게 읽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스윙이 엉망이었는데 운 좋게 잘 맞아서 공이 어떻게든 앞으로 똑바로 가는 경우도 있죠. 파이골프에서는 그런 요행은 오히려 없었습니다. 백스윙이 샬로윙 하게 떨어져야 공이 좌로 감기고, 스티프 하게 올라가면 여지없이 우측으로 감기게 되죠. 공을 보지 않고 스윙 자체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이렇게 몇 주를 해보고 나니 스윙 템포와 리듬이 개선된 것도 덤이었습니다. 어드레스 시에 있었던 쓸데없는 루틴도 알아서 정리되더군요. 오랜만에 나갔던 라운딩에서 동반자분들께서 스윙에서 불필요한 것이 많이 정리되고 깔끔해졌다고 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역시 가장 큰 장점은 스윙 궤도와 공이 비행궤적의 상관관계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전에는 아무리 책을 보고 머릿속으로 이해를 하려 해도,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으면서 스윙을 해보니 자연스럽게 체득이 되더군요. 스윙궤도를 가지고 구질을 다양하게 연습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몇 주, 몇 달만 쓰더라도 꽤 괜찮은 연습도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공의 비행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 중에 스윙 궤도와 관련된 몇 가지 데이터만 센싱 하는 장치이니만큼 기계를 '속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의 방향을 스윙을 교정해야 하는데, 과도하게 그립을 조정해서 이상한 스윙을 몸에 배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여건이 되신다면 이 장치는 보조적으로 사용하시고, 실제 연습을 꼭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 골프보다 더 제한된 데이터를 통해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니 만큼, 여기에만 의존한다면 연습 결과가 더 왜곡될 수도 있거든요.
연습용으로는 꽤 좋은 장비였습니다. 다만 게임모드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더군요. 자체적으로 제공되는 게임모드는 여러 명이 같이 플레이할 수는 있으나 화질도 별로이고, 비거리가 일정치 않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골프를 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유료결재를 하면 미국 유명 골프업체인 TOP 골프에서 서비스하는 WGT World Golf Tour를 즐길 수도 있기는 합니다. WGT는 원래 손가락으로 하는 고화질의 유명 골프게임인데 이것을 파이골프로 하면 확실히 재미있기는 합니다. 코스도 실제 존재하는 미국의 유명 골프장이고요. 우리나라 골프존처럼 3D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골프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만들어 놓아서 처음에는 고정된 시점이 조금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화질도 좋고 경치도 좋습니다. 다만 WGT는 여러 명이 같이 플레이할 수 없다 보니, 아내와 같이 할 수 없어서 또 잘 안 하게 되더군요.
게임모드를 잘 안 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퍼팅입니다. 개인적으로 파이골프 센서는 퍼팅을 전혀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필드에서는 퍼터만으로도 스코어가 10~20개가 왔다 갔다 하는데, 파이골프에서는 퍼팅을 내가 의도한 대로 할 수 없다 보니 자꾸 흥미를 잃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내가 지금 필드에서 잘 맞춰놓은 퍼팅감을 이 시뮬레이션 게임을 위해서 다시 조정할 생각도 없고요.
연습 보조목적으로 10여만 원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을 스크린골프 게임 대용으로 생각하신다면 조금 실망을 하실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실제 공을 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빵빵 울려대는 타격감도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집에서 부담 없이, 아무런 준비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연습 보조도구, 딱 그 정도 기대하시면 꽤 만족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