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도 한 타
핸디캡을 줄이고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스코어카드를 조금 자세히 적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분이 있습니다. 드라이버 티샷이 훅이나 슬라이스로 OB가 났었는지 체크해두고, 퍼팅 개수를 작은 글자로 적어두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야 앞으로 어디서 타수를 줄여야 하는지 알 수 있고, 앞으로 연습을 '무작정'이 아니라 '똑똑하게' 할 수 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렇게 스코어를 뜯어보기 전에는 사실 드라이버 슬라이스로 고민이 많았어서,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만 한 박스씩 치고 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스코어카드에 퍼팅 개수를 적어놓고 와보니 막연하게 '나중에는 퍼팅도 잘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했던 것이 당장의 숙제로 다가왔습니다.
18개 홀을 플레이하면서 드라이버는 보통 14번 정도 잡게 됩니다. 거리가 나가시는 분이거나, 정교하고 스마트한 플레이를 하시는 분이면 더 덜 잡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홀인원, 칩인 등에 성공하지 않는 한 무조건 잡아야 하죠. 한 홀에 한 번만 잡으면 좋을 텐데, 사실 OK 컨시드 포함한다면 한 홀에 두세 번씩 잡고 있기도 하고요.
드라이버 같은 긴 클럽은 사실 정타를 잘 맞춰서 똑바로 멀리 보내는 것을 목표로 연습합니다. 잘 치시는 분들은 페이드, 드로우 등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연습도 하시겠지만, 드라이버로 거리를 다양하게 친다거나 하는 연습을 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퍼터는 20m 이상 쳐야 하는 경우도 있고, 1m 이내의 짧은 거리를 정확히 쳐야 할 때도 있고, 경사를 읽는 연습도 해야 하고, 방향을 맞춰서 굴리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가장 연습을 안 하는 클럽이고, 가장 재미없는 클럽이기는 하지만, 사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채이고, 내 핸디캡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클럽이죠.
90개 보기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3 온 2 퍼팅 절반, 2 온 3 퍼팅 절반이라고 가정하면, 45회의 퍼팅을 하게 됩니다. 108개 더블보기 플레이어라면 아마 50회 이상일 것이고요. 이걸 1~2 퍼팅으로 줄이는 게, 긴 클럽을 좀 더 잘 치는 것보다 아마 핸디캡을 줄이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퍼팅을 잘하려면 크게 거리감과 원하는 방향으로 똑바로 칠 수 있는 안정적인 스트로크, 그린의 언듈레이션과 속도를 읽는 능력, 이 세 가지를 두루 갖춰야 합니다. 거리를 맞춰 잘 치려면 일단 어느 정도 쳐야 얼마나 가는지 본인의 스트로크에 따른 거리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는 눈으로 보고, 누구는 캐디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누구는 걸음 수로 측정하기도 합니다. 거리를 안다고 그만큼 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수님들께서는 '그냥 야구공 던지 듯이 눈에 보이는 대로 툭 쳐'라고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합니다.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안되다 보니 저는 라운딩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연습그린에서 '이 정도 스트로크 크기에 이 정도 거리를 가는구나' 걸음수로 측정해보고, 그 느낌대로 라운딩에 임하곤 합니다. 사실 거리감은 실제 그린에서 연습을 많이 해 보는 것인데, 우리나라 현실에서 쉽지는 않겠죠.
핸디캡을 줄이려면 일정 거리 이내의 숏 퍼팅을 정확하게 집어넣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퍼팅 스트로크가 필요합니다. 드라마에 보면 사장님들 방에 원목 테두리로 장식된 퍼팅 매트 하나씩 깔려있고는 한데, 사실 똑바로 치는 일관된 퍼팅은 이런 퍼팅 매트 연습을 자주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진한 프로께서 유튜브를 통해 일정 시간 간격으로 하루에도 몇수십 번씩 연습하라고 강조하셨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짜 퍼팅은 연습 말고는 따로 왕도가 없을 것입니다.
원하는 거리도 보낼 수 있고, 방향도 원하는 대로 정확히 보낼 수 있다면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준비된 셈일 것입니다. 이제 이겨내야 할 것은 그린과 환경입니다. 같은 골프장, 같은 홀, 같은 그린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홀컵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옆 라이 언듈레이션 중간일 때도 있고, 그린 에이프런 한쪽 끝에 몰려있을 때도 있고, 2단 3단 위아래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홀컵 위치에 따라 내가 공을 굴려야 하는 길이 달라지고, 읽어야 하는 경사도 달라집니다. 홀컵 위치가 같다 하더라도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그린의 속도가 달라집니다. 이슬이 내려앉은 새벽의 그린은 좀 느리다가도, 몇 홀 돌고 해가 뜨면 또 빨라지고, 다듬어 놓은 잔디 길이에 따라 구름성도 달라집니다. 이 수준부터는 진짜 경험이 많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퍼팅에서 거리감이 중요하다, 정확도가 중요하다 다들 의견이 분분합니다. 같이 어울려 치는 분위기에 따라, 동반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한 타, 한 타 적지 않은 금액을 두고 하는 내기나 대회를 하고 있다면 한 타도 아쉽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성이 중요할 것이고, 적당히 잘 붙이면 후하게 OK를 주는 친구들끼리는 거리감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초보자라면 괜히 정확히 보내겠다고 집중해서 때리다 보면 냉탕 온탕을 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른 진행을 위해서는 일단 거리감을 잘 맞추는걸 동반자들이 좋아하겠죠.
여러분들은 평소에 퍼팅 연습 꾸준히 하시나요? 저는 사실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지 않기 때문이죠. 퍼팅 고수님들께서는 어떻게 연습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