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하려면 축구장(운동장)에 가고, 탁구를 치려면 탁구대로 가야 하지만, 골프에 입문하려면 일단 골프장으로 먼저 갈 수는 없습니다. 축구공이야 발로 차면, 똑바로 가든 옆으로 가든 어디로든 날아가고, 탁구 라켓 스윙은 탁구대 위에서 배울 수 있으니까요. 반면, 골프장은 어느 정도 스윙이 되지 않으면 사실 게임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별도의 공간'에서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해야 합니다.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합니다. 공을 칠 수만 있는 공간부터, 시뮬레이터가 설치된 곳, 탁 트인 하늘에 쏘아 올릴 수 있는 공간, 실제 잔디 위에서 디봇을 내면서 연습할 수 있는 연습장까지 환경과 비용 모두 천차만별입니다.
가장 저렴한 공간은 보통 상가 지하나 2층 같은 곳에 스윙만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된 실내 연습장일 것입니다. 드라이버 스윙 시에 옆 사람에 닿지 않을 정도 간격으로 나란히 타석을 배치하고, 앞에 공이 튕겨 나오지 않도록 그물이나 천막을 걸어둔 형태의 연습장입니다. 보통 기간 단위로 등록을 하고, 골프에 막 입문하는 사람들이 공의 구질이나 궤적이 아닌 '스윙 자체'를 만들기 위해 가는 것이죠. 붐비는 시간이 아니면 공을 몇 박스를 치던지 추가 요금이 없기 때문에 연습벌레이신 분들께는 가성비가 좋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며, 푸르른 잔디를 밟으면서 하는 운동인 골프를 하기 위해, 답답한 공간에서 지루한 동작을 반복한다는 것이, 사실 여간 지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내 공이 어떻게 날아가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력이 붙은 다음에는 '이 연습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스윙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헤드업을 고친다던가, 날아가는 공에 집착하지 않고 내 스윙 동작을 하나씩 재점검하기에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스크린골프를 조금 즐긴다거나, 라운딩 몇 번 나갔다 왔다거나 하면 이제 슬슬 슬라이스나 훅과 같은 구질을 고치기 위한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떻게 쳤을 때 공이 어떻게 날아간다는 등의 피드백이 필요한 것이죠. 도심에서는 실제 멀리 공을 날려 보낼만한 연습장을 찾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시뮬레이터가 설치된 실내 연습장을 찾곤 합니다. 확실히 피드백이 없는 천막 실내 연습장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시뮬레이터의 정확성이겠죠. 기계마다 궤적을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비거리, 런 등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구질에 따라 옆으로 꺾이는 정도도 다르죠. 문제는 같은 회사의 기계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보정이 되어 있는지에 따라 같은 스윙도 다르게 인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에 나오는 거리, 방향을 맹신한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참고만 하는 것이 좋겠죠. 시뮬레이터 연습장에서 300m를 날렸다고 해서 실제 그렇게 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고, 시뮬레이터에서 쳤던 드로우가 실제는 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운전을 하고 지나가다 보면 녹색 그물로 만들어진 골프연습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정기회원으로 등록할 수도 있고, 횟수별로 이용권을 끊을 수도 있고, 하루만 들릴 수도 있죠. 일정 시간 동안 또는 일정 개수의 공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시스템입니다.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을 보면 골프장에 간 것 만틈은 아니지만 뭔가 대리만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연습장에서 많이들 하는 실수는 쭉쭉 올라오는 공을 그립 한번 고치지 않고 쭉쭉 치기만 하는 것이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윙이 더 망가지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의 방향과 거리가 궁금한 나머지 계속 고개를 들고, 실내에서 하나씩 고쳐왔던 스윙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스윙을 갖추지 않은 분들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신경을 쓸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연습이 산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상'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에 공의 거리와 방향이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규모가 큰 곳은 여러층의 건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실제와 같은 느낌으로 연습을 하려면 1층에서 연습하면서 짧은 거리도 정확히 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겠죠. 2층, 3층으로 올라가서 연습하면 실제 정확한 거리와는 차이가 생기기기 때문이죠.
땅이 넓은 외국에는 그물망으로 갇힌 연습장보다는, 말 그대로 range 형태의 연습장이 일반적입니다. 자동으로 공이 올라오는 기계도 없고, 몇 달러에 한 바구니씩 지급되는 공을 받아다가 하나씩 올려가면서 수동으로 연습을 하곤 합니다. 프로들이나 수준 있는 사람들이 연습하는 레인지에는 개별적으로 방처럼 공간이 구분되어 있기도 하고, 좀 더 실제적인 연습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실제 잔디 위에서 공을 칠 수 있는 연습장도 있습니다.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미국의 유명 골프업체 TOP GOLF에서는 약간의 게임성을 가미한 골프연습장도 만들었더군요. 점수가 매겨져 있는 커다란 구멍을 보고 있으면 그냥 뻥뚤린 연습장보다는 뭔가 더 승부욕이 생기지 않을까요?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친구들끼리 이상한 샷을 하거나, 청바지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탑 골프에서 스윙을 하는 영상도 많던데, 아마 연습장이라기보다는 볼링장같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주로 어디서 연습하시나요? 현실적인 문제로 자주 가는 곳과 진짜 좋아하는 곳이 어떤 연습장인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