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필드 레슨

고수와 하수 사이

by jim

연습장에서 스윙을 가다듬고 머리를 올린 후 필드에 나가기 시작하다 보면 필드에서 배워야 할 것들, 필드에서 연습해야 할 것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공이 다리보다 아래 있다거나, 왼발과 오른발의 무게 중심이 다르다거나 하는 등의 스탠스와 관련된 부분부터, 코스에 따라 공을 굴리거나 띄워야 하는 경우 등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부분들이 주로 해당됩니다.


라운딩을 나가다 보면 다양한 동반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일 수도 있고, 아주 친한 친구들부터,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분들, 그리고 전혀 모르는 분을 만날 수도 있죠. 골프 실력과 구력 면에서도 아주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잘 치시는 분들을 만날 수도 있고, 저보다 조금 먼저 시작한 분일 수도 있고, 경험이 조금 부족한 초보자 분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같이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골프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게 되고, 어떤 분들은 이런저런 골프 관련 팁들을 가르쳐 주시기도 하십니다. 이 정도까지는 딱 부담이 없는데, 어떤 분들은 점점 더 깊숙한 근본적인 부분까지 들어오기도 합니다. 스윙 플레이트가 어떻다느니, 백스윙이 어떻다느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날 라운딩은 이제 끝났다고 보는 것이 낫겠죠.



말콤 글래드웰의 책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에 보면 압박, 그리고 위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가 살펴본 사례에 따르면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잘해야겠다', '이걸 고쳐야겠다'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자동적으로 수행하던 동작들이 위축되면서, 명시적이고 절차적으로 동작들이 부자연스러워진다고 합니다. 연습하고 있을 때에는 이런 '의식'이 도움이 되겠지만, 실전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필드에서 상대방이 원치 않는 '레슨'은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전혀 반대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p288) 인간은 압박을 받으면 대개는 흔들린다. (중략) 상황이 급박해지면 농구선수는 슛을 놓치고 골프선수는 스윙을 망친다. (p289) 포핸드를 수천 번 연습하면 동작을 의식하는 정도가 차츰 줄어들다 나중에는 거의 자동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압박을 받으면 때로 명시적 학습체계가 몸을 지배한다. 이때 우리 몸은 위축된다. 야나 노보트나는 지난 실수를 곱씹다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p300) 오히려 그들은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생각을 거듭한다. 고정관념의 압박을 받으면 실수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강해진다. 이러한 의식상태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그리 유리하지 않다. 신중해질수록 신속한 정보처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은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양상은 당황하는 것이 아니라 위축되는 것이다. (중략) 자신이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에 신경 쓰는 사람은 고정관념의 압박을 받는다. 그러므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진지하게 임하라는 일반적인 조언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사실 저도 만나본 분들 중 실력이나 경험을 겸비하신 분들 대부분이 기본적인 스윙에 대해서는 라운딩 중간에 전혀 한마디도 안 하시다가, 마지막 홀에 '마지막 홀이니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라고 해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참 고마우신 분들이죠. 그런 분들이 한 번에 짚어 주시는 부분은 대부분은 정확한 포인트 레슨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초보자들의 티샷은 슬라이스가 많이 납니다. 한창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조금 더 경험이 있는 초보자들이라면 이 스트레스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겠죠. 영어 속담에 "If all you have a hammer, everything looks like a nail 만약 당신들이 망치를 손에 들고 있다면, 세상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일 것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다 자기 입장대로 라는 말이죠. 잘못된 공의 궤적의 원인은 수만 가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를 고치는 방법도 원인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해서 이런 문제를 이렇게 고쳐본 경험'이 근래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모든 스윙의 문제를 다 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상처에 빨간약을 바르면, 낫는 경우도 있겠지만, 흉이 지는 경우도 있겠고, 모든 통증에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을 먹는다면, 완화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겠죠. 처방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받아야 하듯, 레슨도 프로에게 받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필드에서의 레슨이라고 하면 필드 상황에만 해볼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연습장에서 경험해보기 어려운 라이, 스탠스, 공이 떨어진 지면의 상태에 따른 대처방법 등이 이에 해당하겠죠. 아무리 잘못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스윙플레이트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상황과 장소에 맞지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연습장에서 이미 다 끝냈어야 하는 것이고, 필드에 와서 이야기해봤자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진행 문제도 있고 해서 티샷 멀리건도 한두 개 상황 봐가면서 해야 하는데, 세컨드 아이언, 어프로치, 퍼팅 등등 매번 다른 상황에서 스윙을 두세 번씩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칠 수 없는, 즉 필드에서는 피드백을 받으면서 연습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것에 대한 레슨이 의미를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연습장마다 프로님들께서 필드레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필드에서 레슨이 필요하다면 그런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어떨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배우고 가르쳐주는 콘셉트로 약속을 잡고 아마추어 고수님을 모시고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아마추어들끼리의 필드레슨,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첫 홀부터 이런저런 자신만의 팁을 대방출해주는 동반자, 여러분들은 도움이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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