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인 듯 골프 아닌 골프 같은 스크린 골프
연일 35도를 넘는 폭염이 온 나라를 감싸고 있습니다. 물론 티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예약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12시 태양이 정수리를 때리는 것 같은 시간이라면 약간 고민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손가락도 펼 수 없을 만큼 추운 겨울에도 고민이 될 때가 있습니다.
비가 올 듯 말 듯 한 꾸리꾸리 한 하늘을 보면서, 그래도 약속한 티 타임에 맞춰 골프백을 챙겨 나갈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 품었던 의심 때문인지 클럽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번개까지 치면서 폭우가 쏟아집니다.
각종 업무와 일정으로 스트레스가 하늘로 치솟을 때가 있습니다. 시원하게 골프라도 치면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도 한 잔 하고 싶은데, 내일 출근을 앞두고 지금 저녁 8시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에서 골프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크린 골프이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동네라면 블록마다 하나씩, 적어도 차 타고 10~20분 이내에는 원하는 때에 훌쩍 가서 한두 시간 안에 두어 명이 라운딩을 하고 올 수 있는 아주 간편한 시스템입니다. 에어컨, 히터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에 날씨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고, 거리도 알아서 착착 알아서 정확하게 재줍니다. 공을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고, 공 때문에 추가 비용을 지출할 필요도 없습니다.
카트에 오르고 내리고 하는 움직임조차 없기 때문에 어쩌면 스크린 골프는 '휘두르는 스윙 동작'을 제외하면, 칼로리 소모의 측면에서는 거의 운동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어떤 분들은 '이건 골프가 아니다'라고 선을 딱 긋는 분도 있으시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골프는 다양한 상황을 이겨내고 하는 경기인데, 똑같은 매트에서 똑같은 스윙을 하는 것은 '연습'일뿐, '경기'가 아니라는 것이죠. 저도 이 부분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크린 골프로 골프에 입문한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라이가 좋지 않아도, 스탠스의 균형이 조금만 한쪽으로 쏠려도, 제대로 된 스윙을 못하기 때문이죠.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판이 2중으로 각도와 높이를 조정해주는 스크린 골프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가상'의 한계는 여전히 있습니다. 보통 러프에서 공을 치게 되면 아이언 그루브와 공 사이에 풀이 끼어서 스핀이 먹지 않는 플라이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공이 목표 지점보다 더 굴러가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반면 스크린 골프에서는 러프에서 치면 오히려 -10% 비거리를 감소시키는 쪽으로 설정이 되어 있죠.
스크린 골프를 많이 치신 분들은 가끔 그린에서 '여기 몇 미터야?'라고 거리를 물어보곤 합니다. 그리고는 '이게 스크린에서 딱 3m짜리 스트로크 맞는데'라는 혼잣말을 하곤 하시죠. 저는 보통 눈으로, 아니면 걸음 수로 본인의 스트로크 크기를 결정하는데, 거리를 물어보는 친구를 볼 때면, '나는 몇 미터인지 알아도 그렇게 칠 줄 몰라서 거리 측정 안 해'라고 대답을 하곤 합니다.
이런 몇 가지를 말고도, 비거리 차이 등 실제 필드와는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골프를 둘러싼 물리적인 법칙들을 바탕으로 구축한 가상현실이 어떻게 현실과 완벽하게 일치할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 한계는 인정하고 즐길 것은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크린 골프는 날씨가 궂은날에도, 평일에도, 주머니 사정이 만만치 않을 때에도 편하게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골프 대중화의 1등 공신은 단연 스크린 골프이지 않을까요?
골프에 막 입문하고자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을 때, 많은 프로님들께서 '스크린 골프 하지 마라. 스윙 망가진다'는 말씀을 하곤 하십니다. 스윙 메커니즘에 집중해야 할 때에, 점수 몇 점 더 내겠다고 이상한 습관이 생길까 봐 그러는 것이겠죠. 하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금방 지루해하는 성격이라면, 수십만 원을 들여 라운딩을 나가는 것보다는, 가끔 손쉽게 스크린 골프 한 게임을 통해서 규칙도 익히고, 흥미도 돋우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잘 못 칠 때 한번 남들에게 져보기도 해야 오기가 생겨서 연습도 열심히 하게 되고요. 나중에 필드에서 볼 잔뜩 잃어버리기 전에 스크린에서 가상 체험을 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크린에서의 실력이 본인의 실력이라고 우쭐대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가상으로 만들어 놓은 환경이 실제의 환경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한 홀에서 겨우 한 타씩만 더 치게 되어도 결국 스코어는 18개, 20개가 훌쩍 달라지는 것이 골프입니다. 과연 언듈레이션이 있는 잔디 위에서와 매끈한 매트 위에서의 실력이 같을 수 있을까요? 5m도 가까워 보이는 스크린에서의 퍼팅과 2m도 쉽지 않아 보이는 실제 그린에서의 퍼팅이 같을까요? 스윙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신 분들은 매트에서 거의 실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스크린 경험까지 많으시면, 바람, 높이, 경사 등의 수치를 정확히 계산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세컨드 샷에 그린에 온을 하고, 쓰리 퍼팅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스크린 구력 되시는 분들 중에 싱글, 언더 플레이어가 많이 계시는 것입니다. PGA 투어에서 프로들도 한 홀에서 8 오버파를 하곤 합니다. 타이거 우즈도 쿼드러플 보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크린에서는 이런 변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본인의 실력을 잘못 생각하게 만들곤 합니다.
또 주의해야 할 것은, 이것이 '기계'라는 사실입니다. 공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아무리 똑같은 설계대로 같은 부품으로 만들어도 제품은 '완전히' 같지 않다는 것이죠. 그리고 '보정'을 해 두어도, 이런저런 환경적인 문제로 인해서 계속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고요. 스크린 골프는 '센서'로 측정한 볼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로 공의 궤적을 시뮬레이션합니다. 다른 버전의 기계들은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고, 같은 가게의 바로 옆방도 다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같은 가게, 같은 방의 기계라도 다음 주에는 조금 달라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내 구질은 거의 페이드인데 공이 자꾸 훅이 걸린다거나,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거나 말이죠. 뭔가 스윙이 달라졌나 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한 보상 동작을 열심히 연습했는데 오히려 필드에서 역효과가 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열에 한두 번은 내 스윙의 문제가 아니라 기계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라운딩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내와 스크린 골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간식까지 먹어가며 (가상이기는 하지만)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스크린 골프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갑론을박들이 많지만, 그냥 큰 화면으로 즐기는 비디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면 굳이 그런 논쟁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말에는 소나기 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아침부터 날씨가 많이 습하네요.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한반도 전체가 지쳐만 가는 요즘, 여러분의 골프 생활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