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즈초이 Feb 17. 2021

하루에 4번 출근합니다

스터딩맘의 하루

풀타임 대학원생과 독박육아를 담당하는 스터딩맘의 하루는 속이 알알이 꽉 차있다. 커다란 과업 덩어리를 열심히 밀어 자리에 두는 순간, 다른 과업 덩어리가 또르르 굴러왔다. 분명히 퇴근했는데, 또 출근하고, 다시 퇴근하고 또 출근하는 그런 하루를 담아본다.  


첫번째 출근:등원전쟁


나에게 평화로운 아침이 존재하지 않은지는 꽤 되었다. 평화로움과 아침시간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속한 연구실은 엄연히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제 시간에 도착해야 했다. 나만 준비해도 바쁜 아침에 천둥벌거숭이를 사람만들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어마어마한 미션이 매일 떨어졌다. 일어나자마자 'TV' 틀어달라며 보채는 아이를 겨우 식탁에 앉혀 밥을 차려두었다. 나는 오며 가며 먹느라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도 모르겠지만. 식기세척기에서 어린이집에 갖고 갈 그릇 등을 꺼내 가방을 싼다. 겨우 다 먹은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애들은 왜이리 옷 갈아입는 걸 싫어하는걸까? 협박 반 설득 반 겨우 옷을 갈아입인 후 아이가 잠깐 장난감을 가지고 놀 동안 부랴부랴 단장을 했다. 드디어 두 명이 갈 채비를 마쳤는데, 마침 이 때! 응가를 한다면? 그날은 무조건 지각이다. 애 옷을 벗겨, 씻기고, 닦이고, 다시 입히는데만 10분은 걸렸다. 드디어 집을 나섰다. 하지만 차 타러 주차장까지 가는데도 세월아 네월아. 운전대를 잡는 그제서야 '흐아...' 깊은 한숨이 내쉬어 졌다. 

 


두번째 출근: 대학원 


연구실에 도착한 후 커피를 내렸다. 하원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되니 4시까지만 있을 수 있다. 주어진 시간에 박사학위 논문계획서를 쓰고, 프로젝트 일을 수행했다. 중간에는 프로젝트 회의, 세미나, 학회, 수업 등에도 참여해야 했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동료들과의 수다도 대폭 줄이다보니 가끔 외롭다는 생각도 물씬 들곤 했다. 아이가 있는 대학원생도 드물다보니 나의 상황을 시시콜콜하게 말하기도 꺼려졌다. 분명 오래 앉아있던 것 같은데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어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드디어 4시다. 급하게 컴퓨터를 끄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세번째 출근: 육아와 살림


4시부터 아빠가 퇴근하는 9시까지는 독박 full 육아다.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어찌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지. TV를 보여주고, 밥을 먹이고, 목욕도 시키고 같이 블럭놀이도 하고, 춤도 춰도 아직 2시간이 남았다. 집 정리도 이 시간에 최대한 해 놓느라 아이를 바쁘게 만들어야 한다. 걸레질을 시키거나, 물에 소금이며 커피며 이것저것 타보라고 식탁에 실험실도 마련해 주었다. 그렇게 8시가 되면 책을 읽어 주러 침대로 향했다. 요즘 아들이 좋아하는 책은 수학공룡 전집에서 도형이 나오는 책이다. 삼각형부터 육각형까지 열심히 세는 모습을 보면 책 읽어주는 보람이 난다. 는 개뿔. 같은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 달라고 하니 목에서 피가 날 것만 같았다. 난 이제 도형이 싫어졌어 흑흑. 열심히 일한 남편이 집에 오는 순간 드디어 나는 잠시 육아퇴근이다(=남편의 육아출근)



네번째 출근: 남은 업무와 재테크 


아이가 잠든 10시가 되면 정리를 마저 하고,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고요한 밤엔 집중이 더 잘 되는 편이다. 논문도 찬찬히 읽고, 보고서도 작성했다. 하지만 급하게 처리할 일이 없다면, 밤에 일을 하는 것은 줄이는게 좋다. 눈 떠서 눕는 순간까지 내 몸을 혹사시키는것 같아서이다. 마치 촛불인 내 몸의 초가 곧 꺼질 듯 파르르 떨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럴 때는 즐겁게 돈 공부를 했다. 미국주식도 열어 보고, 부동산카페와 주식카페의 인기글도 확인했다. 너무 바쁜 사람은 오히려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돈을 벌지 못 한다고 들었다. 업무성과가 좋거나 학력이 좋은 사람도 금융 문맹인 경우 많지 않은가. 노동소득 대신 투자소득을 위한 노력이 별도로 필요한 것 같다. 마침 오늘은 귀여운 액수지만 배당금이 들어왔다. 나대신 돈을 벌어와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리라.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눕는 순간 절로 나오는 말이 있다.


으악, 오늘 하루도 하얗게 불태웠다.


4번째 출근을 함께하는 책상


하루를 하얗게 태운 기분은 보람차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누군가는 풍요로운 자원을 모두 갖추고 태어나는 반면, 누군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가야 한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게 있다면 시간이다. 하루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가치있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어제보다 발전한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빅 테크놀로지는 소비자의 시간을 먹고 돈을 번다. 각 종 소셜미디어는 광고 효과를 내기 위해 소비자가 머무르는 시간을 더 길게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SNS도 탈퇴했고, 어플리케이션 알림은 다 해제했다. 유투브와 같은 영상 대신 정보가 압축된 글을 읽었다. 하루라는 시간을 충실히 보낸다면 한달 후 나는 더 어느 방향으로든 발전해있지 않을까.  

이전 06화 코로나 시대, 엄마는 공부를 포기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