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는 대학원의 모습을 많이 바꾸었다. 학생들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기에 마치 사이버대학에 다니는 느낌으로 학교를 다녔다. 사람들이 모일 수 없기에 굵직굵직한 대학원 행사도 다 취소되고, 학회도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코로나가 발발한 이후에 들어온 대학원 신입생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무명의 누군가에 가까웠다.
그래도 나름 삭막한 와중에도 할 일을 잘하며 보냈다고 생각했다. 한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 3차 유행 전까지는.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원아의 확진으로 인해 어린이집이 한동안 폐쇄되었다. 또, 나의 아이를 비롯해 공간을 공유한 모든 아이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른 아침 보건소 문이 열리기도 전에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오마이갓. 보건소 밖으로 서있는 줄이 어찌나 길던지 지하철 한 정거장은 되어 보였다. 인내심 적은 3살 아이와 영하 15도의 날씨에 2시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게 코로나 검사가 되었다. 게다가 며칠 후 같은 방에 들어오기로 한 석사 신입생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단다. 마침내 나는 무서워졌다. 나는...공부할 시간이 없다.
어린이집이 다시 오픈한 후에도 보내기가 꺼려지다 보니 일주일 중 가장 급한 이틀만 보냈다. 문제는 지금 겨울 시즌이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라는 거다. 바로 논문계획서 제출! 문과인 우리 학과의 경우 논문계획서만 보통 100페이지가 된다. 그런데 내가 여태 열심히 작성한 건 달랑 3페이지뿐이었다. 진행률이 무려 3%에 불과하다니. 압박감이 내 어깨를 짓누르지만, 논문 쓸 시간이 도통 나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는 건 다 핑계라고? 아니다. 이번만큼은.
첫 번째 이유는 집에서 가사와 양육을 내가 오롯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참고로 남편은 7시 출근, 9시 퇴근). 아직 어린 아이는 "엄마 잠깐 일할 동안 놀고 있어"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내가 노트북을 키는 것만 봐도 자기가 자판을 누르겠다고 뛰어들었다. 찹쌀떡처럼 붙어있던 아이를 겨우 재우고 집안일을 마무리하면, 밤 10시 정도가 되었다. 심야 시간을 통해 논문을 틈틈이 쓰면 되지 않느냐고?
두 번째 이유는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당장은 세미나 발제 준비를 해야 하고, 프로젝트 보고서를 재수정해야 했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대학원생들이 함께 해야 하는 일부터 처리하고 본인의 공부를 가장 뒷전으로 미룬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뒤에서 욕먹는 것보다는 혼자 하는 공부 늦어지는 게 차라리 나아서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공부는 언제 할 수 있단 말인가.
'study with me' 유튜브를 틀어놓고 꾸역꾸역 글을 읽는다
코로나 이후에 사라진 여성 연구자들과 관련된 기사를 읽었다. 내가 속한 스터딩맘 단톡방만 해도 결국 학위 논문을 미뤘거나 아예 연구를 포기한 사람들이 최근에 생겼다. 그런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동일한가 보다. 2020년 코로나 발발 이후 177개국의 논문의 제1저자 가운데 여성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19년 같은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비해 약 20%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바이오아카이브에 따르면, 남성 대 여성 저자 비율이 기존 6:4로 비등했던 것이 코로나 이후는 7:3으로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 1년 만에 여성 연구자들의 발자취가 급격히 사라진 것이다.
아이들이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에 나갈 수가 없으니 모든 몫이 엄마에게로 돌아온다. 일을 하는 엄마들도 힘든 건 당연하겠지만, 대학원생 엄마들에게도 치명타가 매우 크다. 워킹맘의 경우, 매일 긴급보육을 활용하더라고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이 된다. 그러나 엄마가 학생인 경우는 최대한 엄마가 보육을 맡아주길 원한다. 아무래도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깐. 이 시기의 마음갈등 때문에 박사 수료로 만족할까란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의 스터딩맘 활주에 코로나바이러스르는 커다란 장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