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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초이 Aug 19. 2022

대학원에 다시 들어서는 용기

스터딩맘의 박사학위논문 여정기-1

누군가 나에게 박사학위논문을 쓰며 가장 힘들었던 기간을 꼽는다면 언제일까? 


나는 출산 후 대학원에 다시 들어와 논문주제를 고민하던 시기를 꼽는다. 무슨 주제를 가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며, 과연 졸업을 무사히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늘 엄습하던 그 시절.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는 영상을 담은 중국발 유튜브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시작하던 그 무렵이었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을 꺼리다 20개월이 되어서야 보낼 수 있었다. 두 돌을 엄마가 끼고 키웠다면 더 베스트였겠지만 20개월이나 아기와 살을 맞대며 매일을 보낸 것만으로 만족했다. 아기와 뭘 먹을지, 어떻게 놀지가 고민의 대부분이었던 나름의 태평성대는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사라졌다.


어린이집 가방 매고 가는 뒷모습이 그리 귀엽더라 (결국 내가 들게 되지만)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적응과정을 겪는 동안 나 또한 대학원에 복귀해 적응과정을 겪었다. 사실은 상당히 복학하기가 무서웠다. 그렇게 빡세게 살아야 하는 삶을 다시 견뎌야 한다니. 그것도 천둥벌거숭이를 키우면서 병행이 가능할까?


게다가 2년을 쉬다가 돌아왔으니 연구실 분위기도 당연히 달라져있었다. 당시 파릇파릇했던 석사과정생들은 이제 꽤나 연륜이 든 박사과정생이 되었다. 친했던 대학원 친구들은 다들 졸업했기에 허전한 마음도 들었다. 대학원은 회사와 같은 사회 조직이기에 인간관계도 다소 복잡하다. 오랜만에 사회로 복귀해 파워게임 같은 것들을 읽어내다 보니 머리가 아파졌고, 나는 애엄마라는 포지션을 내세우며 아웃사이더로 잘 버티다 가리라 다짐했다.


불안감과 함께 날 사로잡고 있던 감정은 조급함이었다. 얼른 졸업을 해서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산더미인데, 2년 동안 나의 뇌는 리셋되었다. 안 그래도 크게 든 것이 없는 나의 뇌는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겪으며 깔끔하게 청소되었다. 박사과정생이 이토록 몰라도 되는건지 부끄러운 마음에 뭘 해보겠다 나서기도 껄끄러웠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논문 프로세스에 올라타고 싶었던지라 바로 지도교수님께 논문 주제에 대한 상담을 하러 갔다. 너무나 빈약한 주제와 근거를 한 장 가볍게 들고는 학위논문 바로 시작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교수님께선..


오랫동안 쉬다 왔으니 워밍업 시간이 필요해. 천천히 하도록 해~

두둥!! 사실 교수님께선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다. 물론 그 말씀의 내용도 이해가 간다. BUT, 얼른 졸업하고 싶어 겨우 마음잡고 복학한 나에겐 너무나 청천벽력이었다. 나는 절대로 천천히.. 가고 싶지 않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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