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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Jul 31. 2021

이 날씨에 마스크를 두 겹을 쓰고 지내요.

출장가는 엄마의 바이러스 차단 의지.

코로나 시국에 회사를 다니며 아기를 키우는 일은 매번 마음 졸이는 일이다. 조심스러운 나의 성격 상, 출퇴근 외에는 전혀 다른 외출을 하지 않고 있긴 하지만, 출퇴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외근을 가거나 출장을 가게되면 나는 상당히 긴장하게 된다. 최대한 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비대면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오는 상황이 종종 있다. 회사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일.


지난주 폭염과 코로나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나는 대구에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더위도 더위거니와 이 시국에 KTX 기차를 타고 2시간 정도를 이동해야한다니... 우선 2시간동안 빽뺵하게 사람들 사이에서 이동하는 것이 걱정이었고, 거래처에 가면 생산 현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생산 현장은 열기가 많아서 마스크를 철저히 쓰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나는 출장일 전날에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자가진단키트로 진행했다. 우선 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에서 방문하는 나를 그닥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닐 것 같았다. (수도권 확진자만 1,000명이 넘기 시작했으니 민폐일 수도...) 그래서 출발 전날에 스스로 비강을 찔러가며 비말까지 묻혀서 자가진단을 했고 음성 결과가 나온 것을 보고 다음날 출발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을 지키기위해서 식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보통은 거래처 현장에 가게되면 공장밥을 챙겨주시거나(공장밥 맛있음) 외부 식당에서 간단히 밥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번에는 일정을 아예 점심 직후에 미팅을 맞추어놓고 나는 점심을 굶기로 한 것이다. 기차를 타기 전에 집에서 싸간 빵을 사람 없는 곳에서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먹고 움직였다. 먹고 마실 마스크를 내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퍼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나는 아예 마스크 내릴 일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당연히 아기 때문이다.


나야 아프고 말면 그만이지만 아기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얼마나 힘들까 싶다. 일하는 엄마라서 문득 미안해지기도 하면서, 미안한 일을 만들지 않기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신경을 쓰게 된다.


또 나는 마스크를 두겹을 쓰고 다니며 지내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는 KF94 마스크만 쓰고 있는데, 이 더위에는 KF94만 써도 인중에 땀이 주르르 흐른다. 살짝 사람들 없는 곳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큰 숨을 들이마시면서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마스크를 써도 확진자와 밀접접촉하면 감염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뒤로는 KF94 마스크를 쓰고 그 위에 비말차단용 천 마스크를 덮어쓰고 있다.


실내에서든 실외에서든 두 겹을 쓰고 일한다. 그리고 일 마치고 집에오면 거실로 들어서는 중문을 열기 전에 현관 신발장에서 소독 스프레이를 꺼낸다. 마스크 뿐만아니라 나갈 때 가져갔던 모든 물건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고 살균을 하고 나서 집안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해도 내가 혹시나 걸려왔을까봐 매일매일이 긴장된다. 그리고 이 날처럼 출장을 다녀오거나 외부사람들과 식사를 (어쩔 수 없이) 하게된 날에는 아예 당일 검사결과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코로나 시국, 일하기가 정말 쉽지가 않다.


회의장에서도 서로 붙어있지 못해서 거리를 둔 상태에서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괜히 언성이 높아지는 느낌도 들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있어도 어쨌거나 대면해야만 해결이 잘 되는 일이 분명히 있기에 이 시국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조심하며 출장을 다니고 일하고 있다.


거래처 현장에 도착해서 담당자에게 이 시국에 방문하게 되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어제 자가진단을 했고 이상이 없으니 걱정 내려놓으시라고 말을 한 뒤, 짧게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서울로 오는 기차를 타러 왔다. 서울에서 오는 것이 싫기도 할텐데 내색한 번 하지 않던 담당자에게 고마웠다.


대프리카로 알려진 도시에서 열기가 가득한 공장에서 일하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나 철저하게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일하고 계시더라. 얼마나 뜨겁고 갑갑할까. 하지만 그 분들도 주변 동료를, 가족을 생각하기에 감수하는 것이겠지. 코로나, 정말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우리 집에 코로나 자가진단키트가 항상 비치되어있는 이유.


집에 돌아와서 마스크를 벗고 아기를 안기 전에 자가진단을 역시나 하고나서 음성 결과를 본 후에 마스크를 벗고 아기를 보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튼튼이가 기침이라도 콜록콜록 하거나 내 목이 부은거 같은 느낌이 들기라도 하면 그 다음날까지 신경이 곤두서있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정말 지긋지긋하다.


위험하고 조심해야하지만 생계를 놓을 순 없기에 나는 오늘도 내일도 출퇴근을 한다. 아기에게 위험이 되는 일을 만들지 않기위해 신경쓰면서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집을 나서면서 걱정이 된다. 아기를 키우는 모든 집들이 다들 내 맘과 같겠지.


튼튼아, 코로나 제너레이션이 되어버려서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조심히 일하며 너를 지켜낼게. 건강하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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