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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Aug 04. 2021

애를 낳았는데 왜 눈이 침침해졌을까.

엑셀 시트 보기가 힘들어진 출산 후 나의 시력.

나는 일할 때 엑셀과 구글스프레드시트로 업무를 정리하면서 일하는 습관이 있다. 내 업무는 정해진 기한을 준수하면서 해야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놓치지않기 위해 업무 현황을 정리하다보면 구글스트레드시트만한 것이 없더라. 엑셀도 마찬가지로 한 눈에 표로 정리가 되니까 업무의 흐름도 파악하기 쉽고, 업무가 누락되지 않았는지 다른 동료와 더블체크하기도 편하다.


그런데 이 엑셀의 작은 셀과 글자가 요즘 잘 안 보인다.


나는 2월에 출산을 하고 5월까지 출산휴가를 쓴 뒤, 6월부터 출산 전과 같은 팀으로 다시 복직했다. 애초에 출산예정일을 두고 팀장님과 면담을 하였을 때, 출산휴가 쓰고 6월부터는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었고, 그런 상황이면 복직 후에도 원래 하던 업무를 그대로 하면 되겠다고 했었다.


나름의 긴 3개월동안 일을 손에서 놓았다가 복직하는 날이 되어 사무실로 출근을 했고, 그렇게 몇 주 간의 적응을 하는데, 이상하게 모니터에 보이는 글자가 잘 안 보이는 거다. 엥, 출산 전에 똑같이 쓰던 업무 파일들인데 왜 뿌옇게 보이는거지?


분명 임신 막달에 새로 안경과 렌즈를 맞췄는데?


아기가 나오면 사소한 일로 외출나가기가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번거로운 것들을 미리 처리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중 하나가 안경과 RGP렌즈를 새로 맞추는 것이었다. 나는 안경이나 렌즈 착용없이는 독서도 하기 힘든 나쁜 시력이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리 맞추어둔 완전 새 RGP렌즈를 출근하는 날 끼고 사무실에 갔는데, 왜 뿌옇게 보이는걸까?


'어, 그러고보니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시계 바늘도 정확히 몇 분인지 안 보이네.' 참나, 분명히 새 렌즈로 꼈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그 날 집에 돌아와서 새로 맞추어 쓰고있던 안경을 다시 차분히 써보았다. (집에서는 안경을 씀.) 그랬더니 안경도 생각보다 시력이 안 맞고 침침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출산휴가 내내 안경을 썼었는데, 사실 출산 후에는 집에서만 몸 조리를 했고, 멀리볼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안경이 시력이 맞지 않는 걸 눈치채지 못 했었다. 그런데 분명히 안경도 시력이 안 맞다. 아, 왜 이러는 거지?


찾아보니, 출산 후 시력이 떨어지는 엄마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맘카페에 들어가서 내 증상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보니, 정말로 출산 후에 시력이 안 좋아지거나 난시가 왔다거나 라식수술한 것이 도루묵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꽤 많이 보였다. 아기 낳고 시간이 갈수록 좋아진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대부분이 시력이 떨어져서 안경까지 새로 맞춘다고 한다. 일부러 미리 새로 맞춰둔 안경과 렌즈가 쓸모가 없어지다니 너무 슬프군...

이제서야 출산 후에 영양제를 챙겨먹으려고 여러 성분을 사두었는데 루테인만 쏙 빼둔 나의 판단이 아쉬워졌다. 전혀 생각하지 못 했던 상황이었다. 어쨌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챙겨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곧바로 루테인 영양제를 구매했다. 영양제를 먹는다고 내 시력이 돌아올리는 만무하겠지만, 더 나빠질까 두려워서.


출산 직후에 많이 울면 시력이 더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돈다.


유독 출산 후 조리원에 있는 시기 즈음에 산모가 많이 울어서 눈물을 많이 흘리면 시력이 확 나빠진다는 이야기도 보았다. 그러고보니 나는 조리원에 있는 2주 내내 훗배앓이와 제왕절개 수술부위의 원인 미상의 통증때문에 밤낮으로 아파서 눈물 흘리기는 예사였다.


게다가 누구나 온다는 산후우울증이 나에게도 찾아왔었고, 침대에서 잠들기 전에 그 기분을 털어내보고자 스마트폰에 일기를 남기며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밝은 빛을 쏘는 스마트폰 화면을 오랜 시간 보기도 했다.


전부다 눈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이었군. 이제와서 이미 늦었고 지나간 일을 탓할 순 없지만, 너무 무지했던 부분이라 씁쓸하다. 원래도 좋지않던 시력이 더 안 좋아지다니. 안경만 맞추면 아무리 안경알을 압축을 해도 뱅뱅이 안경이 되는 고도근시인인데. 얼마나 더 나빠진거니!


다른 것보다 일할 때 불편하니 좀 답답하다.


일상생활이야 먼 거리를 볼 일이 그리 많진 않지만, 일 할 때는 자꾸 눈을 꿈뻑이게 되니까 답답함이 가시질 않는다. 결국 새 안경과 렌즈를 맞추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맞추러 갈 시간도 여유도 없네. 언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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