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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Sep 14. 2021

내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서

엄마가 '독하니까' 수면교육 한다고요? '약해서' 했어요...

아기들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세상에 나와서 대부분의 발달을 알아서, 스스로 해낸다. 알려주지 않아도 기어이 몸을 뒤집고, 자세를 잡아주지 않아도 앉고 선다.


하지만 잠에 대해서는 그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아무리 둥가 둥가 안아줘도, 자장가를 돌림노래처럼 불러줘도 좀처럼 쉬이 잠드는 날이 없다. 항상 잠드는 순간까지의 과정이 힘듬의 연속이다. 그래서 일부 엄마들은 신생아 때부터 아기의 수면교육을 결심하고 실행하곤 한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튼튼이가 70일 정도 되었을 때, 나는 튼튼이도 수면교육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번째로 내가 결심한 이유는, 튼튼이의 100일이 지나면 내가 복직하기 때문이었다. 복직하기 전에 잠을 잘 자는 아기가 되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었다.


수면교육을 결심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내 관절 건강 때문이었다. 이 문장만 보면 아기 생각은 안 하는 이기적인 엄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잠깐만 더 들어보세요.


100일 이 전의 아기는 하루에도 낮잠을 최소 다섯 번 이상은 잔다. 밤잠은? 밤잠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밤에도 낮처럼 수시로 깬다. 어림잡아 하루에 10번은 아기를 재워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출산 후에 관절이 약해지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지킬 수 있는 엄마는 몇 명이나 될까?


재울 때마다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까지 서서 안고 재워본 적도 있다. (아기들은 기가 막히게 안아주는 사람이 앉아있는 걸 알고 빽 운다. 반드시 서서 안아줘야 한다.) 나는 내 팔목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어느 정도가 초과하니 나중엔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한 번 씩 남편과 돌아가며 아기를 재워도 매일을 그렇게 재우다 보니, 온몸의 온 관절의 컨디션이 형편없어지는 걸 느꼈다. 나는 더 이상은 무슨 수를 내야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튼튼이가 누워서 잘 수 있도록 수면 교육하기로 한 것이다.


수면교육의 목표는 엄마와 아기마다 다르다. 나는 튼튼이에게 딱 한 가지만 깨우쳐주길 바랐다. 바로, 등 대고 누워서 자는 법이다. (스스로 잠드는 건 꿈도 안 꿈)


아기들에게는 흔히 말하는 '등 센서'가 있어서 등을 바로 대고 똑바로 누워서 자는 신생아는 거의 없다. 조리원에서조차 선생님들이 안아서 재우기 시작하니까 그 맛을 알아버려서 누가 안아줘야만 잠에 드는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수면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책도 있고, 유튜브에 인기 유튜버들이 올린 후기와 노하우 등 많은 정보가 도처에 깔려있다. 하지만 나는 나와 내 아기에게 맞는 방법을 쓰기로 했고, 결국엔 튼튼이도 누워서 잔다. (200일이 넘은 지금까지도 누워서 잠든다.) 물론 잠들기 전에 자기 싫어서 울다가 끙끙거리다 잠들긴 하지만.


수면교육을 하는 기간은 꼬박 2주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작하고 나서는 잠깐씩 '이거 꼭 해야 하는 거 맞겠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아기가 우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기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시간은 가슴이 찢어지는 시간이었다.


의외로 튼튼이가 수면교육에 협조적이었고, (상당히 고집이 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울음소리는 조금 크지만, 착하고 순한 아기였다.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그때 마음의 결정을 하고 독하게 안아 재우는 습관을 끊어낸 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꼭 필요했었다.


나의 팔목과 손목은 그날 이후로 조금씩 좋아졌다.


임신하고나서부터 무서울 정도로 악화되기 시작해서 출산 후 아기 재우다가 관절이 녹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던 시간은 끝이 났다. 요즘은 임신 전 상태로 돌아갔고, 아무 문제가 없다.


매일 끼웠다가 뺐다가 반복하며 번거롭기 짝이 없던 손목 보호대들은 종류별로 사두었는데 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출산 후에 잘 못하게 된다는 '병뚜껑 따기'도 나는 문제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나는 튼튼이를 안아줄 때마다 통증을 참고 이 악물고 안아주며 한숨을 푹 쉬기 싫었다. 안아주는 것이 안 힘들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너무 과하게 사용하던 나의 관절 에너지를 비축해두고서 한 번 안아주더라도 힘차게 안아주는 지금이 더 좋다.

 

엄마를 위한 수면교육이지, 아기에게는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핀잔도 들었다.


튼튼이 입장에서도 힘겹게 안아 재우는 엄마 품에서 불편하게 잠드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엄마와 눈도 마주치고 침대에서 같이 뒹굴거리다가 나른해지면서 드는 잠이 더 달콤하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Thanks to 튼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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