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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Oct 04. 2021

튼튼이의 세 번째 할머니, 그리고 첫 번째 친구.

베이비시터 선생님과 우리 가족과의 인연에 감사하며.

출산휴가를 한 달 앞두고, 나는 베이비시터를 구했다.


임신 중기 즈음되었을 때였을까? 엄마와 나, 그리고 남편은 이미 상의 끝에 엄마에게 내가 일하는 시간 동안 아기 케어를 맡기기로 했었다. 하지만 엄마가 갑작스럽게 팔목이 부러져서 수술을 받게 되었고, 그 바람에 허리까지 안 좋아지셨다. 불가피하게 우리는 계획을 변경하고 내가 출퇴근하는 시간 동안 아기를 봐주실 베이비시터를 구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 시터 구인구직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에서 구직을 하시는 분들의 이력서를 보고 면접을 요청했다. 그중 한 분이 지금 튼튼이의 시터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튼튼이의 베이비시터 선생님은 면접 때 처음 뵈었을 때부터 깔끔한 분이셨다. 또 다행히 우리 집안사람들의 성향과 비슷해서 엄마와 나와의 관계도 지금까지 무탈하다.


또 코로나 시대에 아기를 돌보는 직업을 가지신 상황이라, 외출은 최소화하시며 항상 조심하며 지내시고 계신다. 주변을 청결하게 해 주시는 부분도 우리 가족과 합이 잘 맞는 부분이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 튼튼이를 많이 예뻐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다.


시터 선생님은 엄마와 연령대가 비슷했지만, 훨씬 아기 케어에 능숙하셨다.


친손주를 4년 정도 케어해주신 경험도 있으셨고, 그 이후 베이비시터 경험도 2년 정도 있으셨다. 엄마와 내가 알지 못하는 육아 지식과 센스를 가지고 계셔서 항상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가 전적으로 아기 케어를 맡는 것보다 지금처럼 시터 선생님이 봐주시면서 엄마는 튼튼이와 가끔 놀아주시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아기 목욕, 놀아주기, 안아서 달래기, 재우기 등 아기 케어는 정말 체력이 많이 필요한데, 경험이 전무한 엄마가 전담하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아기와의 친밀감도 문제없다.


튼튼이는 이제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에 선생님이 집으로 출근하시면 보행기를 타고 주르르 현관문 앞까지 나가서 방방 뛴다. 아기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니, 아기의 행동을 보면 선생님이 내가 없는 시간에도 튼튼이와 잘 지내주시는 것 같다.


엄마인 나보다, 튼튼이 장난감과 책을 부지런히 이것저것 꺼내어 같이 놀아주시기도 하고(은근히 많은 장난감을 다 가지고 놀기에는 가끔 너무 힘에 부침), 아기가 울고 보채면 서슴없이 안아서 달래서 기분을 챙겨주신다(나는 정말 필요할 때만 안아주는 편이다).


튼튼이가 배고픈지 아닌지 귀신같이 알아채고 분유를 먹여주시는가 하면,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서는 다양한 재료와 간식을 먹여봐 주시려고 항상 공부하시고, 내가 바쁜 시기에는 새로운 간식이나 이유식 큐브까지 만들어놔 주신다.


그리고 튼튼이가 까르르 웃도록 온 힘을 다해 놀아주시는 모습에 살짝 감동받기도 했다.


엄마인 나도 체력이 모자라는 날이면 누워서 빨리 잠들기 바라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시터 선생님이 더 열정적으로 놀아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른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는 내가 작은 방에서 문을 닫고 일을 한다. 자꾸 아기를 보고 있으면 일이 전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바깥에서 시터 선생님과 튼튼이가 깔깔 웃으면서 노는 소리를 듣고 뭐하나 싶어서 슬쩍 보고 나면 새삼 안심이 되고, 선생님에게 면접을 보자고 연락한 내 손가락을 무한 칭찬하게 된다.


나는 괜스레 튼튼이에게 세 번째 할머니가 생긴 느낌도 들었다.


시터 선생님이 우리 엄마와 연배가 비슷하기도 하고, 따님이 나와 동갑이라고 하시니, 튼튼이에게는 할머니 뻘이 되신다고 볼 수 있다. 양가의 할머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튼튼이 입장에서는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터 선생님은 튼튼이의 첫 번째 친구이다.


나는 시터 선생님을 생각하면, 튼튼이의 세 번째 할머니라는 생각보다는 튼튼이의 첫 번째 친구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온다. 아기를 대할 때 어른으로서 다가가기보다는 친구처럼 다정하고 친숙하게 대해주신다.


튼튼이가 선생님의 얼굴을 알아보고 씩 웃는 모습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거대한 어른을 대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하면 즐거운 친구를 본 느낌이 든다. 아기의 눈빛과 감정과 행동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안심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 없이 잘 지낸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약간 슬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일을 관두지 않고 튼튼이를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서 튼튼이의 시터 선생님의 몫이 상당히 중요함을 알기에, 아기와 함께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 봐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이 훨씬 더 크다.


항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겸손해하신다.


면접 후에 연락드렸을 때도, 부족함이 많지만 튼튼이 잘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챙겨주시는 세심함에 감사한다고 해도 많이 부족하다고 하신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빠로서, 할머니로서, 튼튼이에게 해주기 힘든 부분을 시터 선생님께서 많이 커버해주시고 계신다. 튼튼이가 여러 가지 모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매 순간 열정적으로 아기와 시간을 보내주신다.


아기는 온 마을이 키워야 한다는 말처럼은 아니지만, 그것에 준하는 육아를 가능하게 해 준 사람 중에 한 명인 튼튼이의 베이비시터 선생님.


일와 필요에 의해 만난 인연이지만, 함께한 지 어느덧 6개월 차가 되었다. 변함없이 우리 아기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시고 걱정해주시고 웃게 해 주셔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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