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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Jul 25. 2021

잠든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튼튼아, 너에게 온 세상을 다 주고 싶어.

지금으로부터 3년전, 나는 '나의 행복'만을 생각하고 지냈었다.


하고싶은 것 다 해보고, 놀고싶으면 놀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춤추고 싶으면 춤추고. 유후~ 누가 보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행복하려면 내가 하고싶은 것을 존중해야 했고, 내 인생에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고 짜릿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했고, 결혼 전엔 알수 없었던 새로운 제도와 그 제도가 가져오는 새로운 책임감이 나를 답답하게 하였었다. 내 인생에 어려운 과제는 이거 하나라는 생각으로 둘이 행복하게 지내자고 생각했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운명처럼 튼튼이가 나를 엄마로 선택해주었다.


 그런 새 생명이 태어난지 6개월차가 되었고, 나의 머릿 속도 6개월치만큼 복잡해졌다.


혼자 지낼 때는, 그리고 둘만 지낼 때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돈을 매달 벌고 있었고, 내 몸뚱아리 하나 즈음이야 충분히 스스로 케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직도 네발로 기지도 못하는 이 아기를 앞으로 사회인을 만들기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뒷받침 해주어야할 지 가늠이 안 간다.


수많은 아기용품을 사야하는 순간이 매번 왔었을 때마다, 나는 '아기용품 그런건 다 중고로 사면 돼.' 하며 아무 생각없던 출산 전의 나를 떠올리며 한심해했다. 막상 중고로 사자니 아기 입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끔찍할 노릇이어서 결국 새것을 사는 나.


얼마 전에는 곧 이유식이 시작되니 튼튼이가 앉을 하이체어를 사야할 때가 되었다. 아무 지식이 없던 나는 그제서야 이것저것 찾아보았고, 결국엔 아주 사악한 가격을 자랑하는 한 브랜드의 하이체어를 주문하게 되었다.


 아기가 앉을 의자 가격이 내 한달 용돈과 맞먹었다.


저렴한 걸 사주려니 내구성이 의심되어 혹시나 다치지 않을까, 아기가 불편하다는 후기를 보니 튼튼이도 앉아있기 불편한거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 끝에 큰 마음 먹고 지르게 되었다.


온몸을 끙끙거리다가 울먹거리면서 겨우 잠든 튼튼이. 아기의 등을 토닥이면서 깊은 잠에 들기를 기다린다. 쌔근쌔근 잠자는 아기를 보면서 마냥 웃는 엄마의 모습은 이제 없다.


사랑스러운 튼튼이를 보며  웃다가도, 이 사랑스러운 아기에게 더 좋은 것을 쥐어주고 싶고, 더 좋은 곳에 있게 해주고 싶고, 더 좋은 것들만 주변에 두고 싶은 내 마음이 저 멀리 뉘엄뉘엄 들어오는 파도 같았다. 잠든 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생각 세포가 자가분열되어 차마 잠에 들 수가 없다.


월급날은 나에게 더이상 신나는 날이 아니게 되었다.


월급이 들어오면 그 월급으로 빠듯하게 지내는 우리 가계를 떠올리게 된다. 튼튼이가 먹을 분유값과 이유식 재료들을 살 돈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1년을 산다고 치자, 내년에는 어떻게 살고 있으려나?' '아기가 자라면서 사줘야할 것들은 많은데 부족하면 어쩌지.' '아기가 곧 유치원도 갈테고 학교도 갈텐데, 더 좋은 동네에서 살게해줘야할텐데.' 지금 처한 상황과 내가 이루어주고 싶은 상황의 갭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를 못한다.


아기는 사랑으로 키우는 말은 거의 거짓말이다.


사랑만으로도 아기는 클 수 있겠지. 하지만 사랑만 있어서는, 사랑 이외에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부모로써의 나를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시각 새벽 1시 19분, 지금도 나는 이렇게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투닥투닥 하고 있는 거겠지.


튼튼아, 너에게 온 세상을 다 주고 싶어. 그리고 한꺼번에 줄 수는 없겠지만, 너에게 작은 세상을 주고 또 다른 작은 세상을 주며, 큰 세상을 주려고 해. 엄마도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구나, 철없이 놀아재끼던 시절은 이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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