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나 '조동'으로 껴줘서 고마워요.
코로나 + 워킹맘 = 랜선 조리원 동기
코로나 시국에 조리원은 매우 조용했다.
새 생명들이 탄생한 곳이라고 하기에는 적막했다. 코로나 이후 조리원에는 남편들도 드나들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고, 수유실에서 수다를 떨면서 친해지기도 한다는 말은 옛날 옛적 일이 된 것 같았다.
수유실은 매우 고요했고, 한 두 명의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리긴 했으나, 마스크를 끼고 거리두기를 하는 탓에 뭐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어머, 튼튼이는 우리 춘복이랑 자주 만나네~"
튼튼이와 같은 날 태어난 춘복이. 춘복이 엄마와 유독 자주 수유실에서 자주 마주쳤다. 한두마디 나누다가 (나름) 친해졌는데, 기운도 없고 통증이 심해서 조리원에 있던 내내 그늘이었던 나에게 항상 웃으며 밝게 인사해주었다. 춘복이엄마 덕분에 수유실에서 즐거운 시간도 보냈었던 것 같다.
춘복이엄마는 붙임성이 상당히 좋아서 조리원 퇴소교육에 모인 몇몇 엄마들과 전화번호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그 뒤, 그 때 번호를 교환한 돌핀이엄마가 고맙게도 나와 춘복이엄마를 다른 엄마들이 모여있는 깨톡방에 초대를 해주었다.
조리원을 퇴소하고나면 엄마들은 궁금한 것과 고민되는 것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깨톡방에서 도움도 많이 얻었었고, 도움줄 일이 있으면 내가 아는 선에서 정보도 공유하고 위로도 하고 응원도 하며 지내고 있다.
"저희 오늘 벙개할까요?"
한번은 깨톡방의 어느 엄마가 아기들을 데리고 만나자고 제안했다. 내가 지낸 조리원은 보통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건물 산부인과에서 다들 넘어오기 때문에 깨톡방에 있는 엄마들은 거의 다 병원 근처의 멀지않은 동네에서 다들 모여살고 있다.
나는 출산 후에 신혼집으로 이사오면서 탈서울을 했기에, 다른 엄마들처럼 쉽게 갈 수가 없었다. 또, 튼튼이를 데리고 택시를 타도 40분은 잡아야하는데, 나 혼자 택시로 아기를 아기띠에 메고 아기 짐도 챙겨서 먼길을 가기에는 그 당시에도 몸이 회복되기 전이라 많이 아파서 상당히 부담이었다. 그래서 나의 출산휴가동안 엄마들이 모일 때 나는 가지 못했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내 체력도 어느정도 회복이 되고 나니, 나도 튼튼이를 데리고 엄마들을 보러 가고싶어 졌다. 그런데 깨톡방에서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직한 엄마는 나 혼자였다. 물론 일하는 엄마들도 있었지만 주5회 풀타임으로 일하는 건 나 혼자였다.
복직하고나니 적응하느라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다.
게다가 엄마들은 같은 동네, 멀지않은 동네에 살기때문에 가끔씩 유모차 끌고 나와서 한 엄마의 집에서 만나서 아기들 수유도 같이 하고 육아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그런데 주말에는 가족들이 모이기도 하는 등 시간내기가 힘들고, 주중에 벙개 형식으로 급 만나더라. (사실 벙개로 만나면 더 재밌지)
나는 주중에 빼도박도 못하고 출근을 해야하니,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일을 하다보니 이런 것이 또 아쉬운 일이 되었구나. 나도 수다 잘 떠는데...
그렇게 나는 아직까지 '조동(조리원 동기)' 모임에 오프라인으로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내 얼굴도 모르는데 엄마들은 나를 잘 대해준다. 세상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한 번 만나서 통성명도 안 해봤는데 내가 뭘 물어봐도 잘 대답해주고, 튼튼이에게도 많이 관심도 가져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그러다가 요즘 일이 많지 않은 시기여서 모임이 생기면 한번 나가봐야겠다 생각했더니, 코로나가 심각해져서 거리두기 4단계가 되었다. 나 뿐만아니라 다른 엄마들끼리도 만나기를 조심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자꾸 엄마들을 보는 날이 늦어지고 있네.
이 정도면 나는 엄마들 사이에서 거의 랜선 조리원 동기 급이다.
얼굴 한번 제대로 비추지도 않았고 오로지 카톡 메시지로만 대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워킹맘에, 코로나에, 나는 튼튼이가 태어난지 160일이 넘었는데도 조동모임에 얼굴을 비추지않은 '랜선조동' 멤버인 셈이다. 아흑!
얼른 엄마들과 다른 아가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 오기를! 거짓말 아니고 그 땐 고마운 마음을 커피 한잔씩 쏘는 걸로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