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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퓨타 Laputa Jan 13. 2017

Part I. B2B 사업, 무엇이 다를까?

파나소닉(Panasonic)의 회생, 그리고 CES 2017

B2B 사업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는 소니(SONY)와 함께 일본의 간판 전기∙전자 기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파나소닉(PANASONIC)’의 회생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파나소닉은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 1894~1989)’에 의해 창립되었는데,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잇쇼겐메이(一生懸命) 정신으로 일본의 기업 문화를 바꾼 전설적인 인물이며 ‘나쇼나루(National)’와 ‘파나소닉쿠(Panasonic)’은 그가 만든 대표적인 브랜드이었다. 특히, 영문명 ‘Panasonic’은 글로벌 경제 시대를 맞이하여 일본식 이름인 ‘마츠시타’를 대체할 정도였다. 파나소닉은 1980년대 일본 경제의 호황과 더불어 TV, 카세트 등 가전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히트 제품들을 많이 출시하였지만, 2008년 약 3,800억 엔(약 3조 8천억 원), 2011 ~ 2012년 잇달아 7,000억 엔(약 7조 원) 이상 적자를 내면서 일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당시, 일본 언론이나 외신에 따르면 부실 위기의 원인을 2010년 산요(三洋) 전기의 인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Fig I-1. 악화되는 파나소닉의 순이익

파나소닉은 이미 경쟁력을 잃고 파산 위기에 봉착한 산요 전기를 인수하여 사업 시너지(Synergy)를기대했으나, 니혼게자이(日本經濟)의 평가에 따르면 산요는 이미 삼성, LG 등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고 한다. 이와 맥을 같이 하여 업계 전문가들은 파나소닉 침몰의 원인으로 다음 3가지를 꼽는다.


1)    장점만을 고집하며 변화관리에 실패하였다

2)    과거의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였다

3)    창의적인 조직 문화 조성에 실패하였다


당시 산업 상황을 보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이미 PDP [1]를 뛰어넘어 LCD 기반의 상품을 옮겨가고 있었으나, 파나소닉은 PDP에 올인(All-In)함으로써 사업 전략의 방향을 잘못 잡았고, 창업자 마쓰시다의 수도(水道) 철학[2]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시장 니즈(Needs)의 변화를 간과하고 PDP 투자에 더욱 몰두하였다. 마지막으로 카리스마적인 일인 경영자 나카무라 구니오(中村邦夫) 회장의 잘못된 판단을 수평적으로 조정할 경영 시스템 및 조직 문화가 부재했다는 것이 파나소닉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한다. 회사가 기울어진 이후 인력 측면에서도 구조조정이 심하게 진행되어 2010년 당시 연결회계 기준 총원 38만 명이 2014년 27만 명으로 약 11만 명 감소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졌던 파나소닉은 그러나 2012년 쯔가 가츠히로(津賀一宏) 사장으로 CEO 교체 후, 주력 사업이었던 TV 등 기존 디지털 가전 사업을 과감히 처분하고 자동차 부품과 2차 전지, 주택 에너지 효율화 장치, B2B 가전 등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많은 경영학자들은 파나소닉이 다시 일어서고 있는 원동력을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에서 찾고 있다. 1980년대 전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기업들은 그들 나름의 전통적인 사업 방식 즉, 모노즈꾸리(ものづくり)에기반을두고있었는데, ‘모노즈꾸리’라는 말은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든다’라는 뜻으로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그 원동력이 되며 그들의 지식과 경험도 도제식 암묵지[3] 형태로 전수되어 그들만의 운영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계승되기 어려운 독특한 제조업 방식을 고집하였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인터넷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만들어진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는 기존의 공급망(ValueChain)은 파괴되거나 통합 혹은 재구축되고 있으며, 일의 방식도 수평적 분업이나 협업 관계로 전환되면서 모노즈꾸리에 기반한 사일로(Silo) 속의 고비용 연구개발 조직들은 경직될 수 밖에 없었고, 이내 조직 운영의 걸림돌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B2B 제품은 주로 소재나 부품과 같은 원재료나 중간재로 쓰이기 때문에 각 중간재의 품질이 최종 제품의 품질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우수한 품질 조정 능력 및 고객 대응력을 보유했던 파나소닉은 여기서 업(業)의 전환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고, 그들의 핵심역량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됨에 따라 B2B 기업으로의 변신 가능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B2B 영역을 선정함에 있어서도 파나소닉은 과거의 경험을 무시하지 않았는데 발전소나 철도 등 정부를 최종 고객으로 하는 사업(B2G)이 아니라 자동차나 개인 주택 B2B 등 그들의 B2C 사업 경험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B2B 사업 영역(B2B2C)에 우선적으로 진입함으로써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Business Portfolio)의 전환 시 발생될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파나소닉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본사 슬림화와 사업부 제도라는 조직 개편으로 마무리되었는데 2012년 당시 7,000여 명에 달하던 본사 인력을 사업부로 전진 배치하고, 본사에 잔류하면서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할 소수 인력 (150여 명) 외 모두 사업부로 재배치하였다. 또한, 전사 마케팅을 각 사업 지역으로 분할 배치하여 전략 지역에 맞는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강화하였으며 사업 상황에 따라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역 완결형 조직체계로 전환하였다. 그들의 중장기 사업 전략 자료[4]에 따르면 2019년 매출 10조 엔(약 100조 원), B2B 사업 비중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7년 현재도 지속적인 변신을 하고 있는 파나소닉이 앞으로 어떻게 성공적인 B2B 기업으로 발돋움할지 주시해볼 일이다. 

Fig I-2. 파나소닉의 중장기 사업목표 및 전략


[1] PDP: Plasma Display Panel, LCD: Liquid Crystal Display. 2017년 현재는 LCD를 넘어서 OLED (OrganicLight Emitting Diodes)가 주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 수돗물처럼 물자를 풍부하게 공급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것으로 투자에 지면 비용 경쟁력에 지게 되고, 결국 시장점유율까지 빼앗기게 된다는 생각

[3] Implicit Knowledge. 문서화되는 형식지(Explicit Knowledge)의 반대 개념

[4] 2016년 파나소닉 AnnualReport




Fig I-3. CES 2017 Logo

매년 1월 초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가전 산업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바로 CES [5]이다. 2017년 올해도 1월 5일부터 8일간 CES 2017이 펼쳐졌다. 해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기술과 신상품으로 온갖 상을 휩쓸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그 성과를 좀 다르게 해석하는 것 같다. 바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으로 펼쳐질 제4차 산업 혁명에 대해 한국 기업이 보여주었던 비전이 그다지 명쾌하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AI와 IoT를 활용한 각종 제품과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CES는 더 이상 가전쇼라 부르기 어렵게 되었다. TV와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부터 자동차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알렉사(Alexa)를 선보였던 아마존(Amazon)이나 IoT 제품의 핵심 반도체를 공급하는 ARM 같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핵심에 자리 잡은 강력한 B2B 기업으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이번 CES 2017 콘퍼런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 그들의 기술과 제품, 그리고 미래상을 소개하여 가전 기업에 머물지 않고 진일보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Fig I-4. 파나소닉이 CES 2017에서 선보인 사업 영역


1)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

2) 스마트 엔터테인먼트(Smart Entertainment)

3) 스마트 홈(Smart Home)

4) 미래 기술 연구소(Future Tech. Lab)


스마트 모빌리티 영역에서는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CityNOW' 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 교통 사업 영역에서 요즘 핫한 V2X [6]를 비롯하여 Smart LED Streetlights, Smart Bus Stops, Smart Parking Meters, Command & Control Platform 등 미래 교통서비스에 파나소닉이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음을 천명하였다. 특히,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커넥티드 차량(Connected Vehicles)에 대한 비전도 공유하였다.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는 커넥티드 스태디움(Connected Stadium)이라는 모습으로 스포츠 중계와 증강 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연계하여 스포츠 중계의 체험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사례를 보였다. 스마트 홈 영역에서도 인공지능과 IoT가 연계된 미래 가정의 모습을 연출하였다. 

이들의 전시 내용을 뜯어보면 '스마트 ~ '가 붙는 새로운 서비스 영역은 공통된 주제이지만 그 서비스를 구성할 때 기존에 그들의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최대한 접목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나소닉도 위와 같은 영역에서 그들이 바라보는 미래상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디스플레이 기술과 관계된 것이 많다. (파나소닉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와 함께 OLED 사업 영역의 강자이다.) 아무튼 다 망해가던 기업이 B2B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Part I은 파나소닉이 회생의 열쇠로 쥔 B2B 사업에 대해 폭넓게 살펴보고자 한다. 왜 B2B 사업이 주목받고 있는지? B2B 마케터와 B2B 세일즈는 어떤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지? 최근 솔루션 사업은 왜 각광받고 있는지? 격변의 시기를 몰고 올 제4차 산업 혁명은 B2B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해외 진출을 위한 고민까지, 이제부터 B2B 마케팅과 B2B 세일즈의 세계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5] Consumer Electronics Show

[6] Vehicle-to-Vehicle and Vehicle-to-Road Communication




    제2일 B2B 마케팅/영업 맛보기

    제3일 B2B 마케터와 B2B 영업대표의 차이

    제4일 그래서 솔루션 사업 고민한다

    제5일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제6일 B2B 해외사업

    제7일 B2B에서 B2G로!


Part II. 이제 B2B 마케팅도 필요하다! 

    제8일 시장을 알아야 한다(1) 

    제9일 시장을 알아야 한다(2)

    제10일 B2B 마케팅 전략 수립하기 (1)

    제11일 B2B 마케팅 전략 수립하기 (2)

    제12일 마케팅의 성과는 무엇인가? 

    제13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

    제14일 대관업무 


Part III. B2B 영업, 진화해야 한다!

    제15일 B2B 영업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제16일 성공하는 제안

    제17일 통하는 프레젠테이션

    제18일 협상과 계약

    제19일 핵심 어카운트 관리

    제20일 디지털 마케팅과 B2B 영업

    제21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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