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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으는돌고래 Jan 01. 2018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영화 'Wonder'를 보고 -

가만히 있어도 눈에 튀어서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았었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따를 정도로 매력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잘 나서는 편은 아니다. 대체로 조용하고 신중하며 배려한다. 적당히 유머도 있는 편이라 시끄럽지 않게 주변을 웃길 줄도 안다.


주인공 어기를 보면서 그 친구가 생각났다. 평범하고 싶었지만 늘 주목받았다는 점, 남의 시선에 본인의 매력을 빼앗기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간다는 점이 닮았다.


생애 처음 등교하는 어기



"엄마, 나는 왜 이렇게 못생겼어?"


스물일곱 번의 수술을 겪고 헬멧 속에 숨은 어기가 그 나이 또래에게 가장 중대한 사회일 '학교'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철없는 또래들 덕분에 '다름'을 노골적으로 느낀 날,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잭조차 본인의 생김새를 조롱한 날, 어기는 엉엉 운다.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주 밖에서 진짜 세상을 마주한 것이다. 자존감은 당연히 바닥났다.


속상한 어기


"사람들이 누나랑 닿을까 봐 피하진 않잖아!"라며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어기에게 누나 비아가 말한다.

"It's not a contest about whose days suck the most, Auggie. The point is we all have to put up with the bad days. Now, unless you want to be treated like a baby the rest of your life, or like a kid with special needs, you just have to suck it up and go."

(영화 Wonder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Wonder를 바탕으로 제작됐고, 영문은 책에 나온 문장이다.)


누가 더 힘든 날을 보냈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힘든 날을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어기는 누나 말대로 꿋꿋이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크게 성내지 않고, 본인을 좋아해주는 친구들과 나름의 관계를 맺으며 헬멧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운다.


어기의 절친 Summer



속은 다른데, 껍데기는 비슷한


'평범한 게 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름을 안고 살아가는 건 어느 정도의 고충을 수반한다. 나보다 조금 잘난 사람을 발견하면 헐뜯기 바쁜 무리가 가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너무 잘해도 문제고 너무 못해도 문제인데 중간을 유지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게다가 그 중간값이라는 게 비교 대상에 따라 휙휙 달라지기 때문에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따지고 보면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평범한 사람이 있긴 할까 싶다. 조금 덜 튀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남모를 사정 하나 없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영화 속 어기의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어기의 존재만으로 평범하지 않다. 어기를 괴롭혔던 줄리안도 마찬가지다. 돈이 최고인 줄 아는 속물의 아들로 사는 게 쉬울 리 없다.


어기의 가족은 어기를 중심으로 도는 우주 같다



다르면서도 조화롭게


어른이 될수록, 어느 조직에 속할수록,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으려 조심하느라 큰 에너지를 쏟는다. 그렇게 모두 껍데기가 비슷한 사람이 되어간다. 속에 담긴 건 다 다른데 말이다. 수백 수만 가지의 사정이 난무한다. 숨어있던 사정들은 오해와 충돌을 낳고, 필연적으로 상처를 남긴다.


우리가 다같이 조금 더 즐겁게 살려면, 나의 다름은 솔직하게 드러내고 타인의 다름은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오롯이 나로 살면서도 충분히 조화롭게 살 수 있다. 도입부에 언급한 나의 오랜 친구처럼, 그리고 영화 속 어기처럼.


작고 여린 아이가 본인이 가진 다름을 절절히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영화다. 어기의 마지막 인사를 빌어 짧은 글을 마친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바라보라."



오프닝 장면 중

* 개인적으로는 오프닝 시퀀스 연출이 너무 좋았다. 리드미컬해서 어기의 재기발랄한 매력이 초반부에 잘 표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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