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날돌이, 여덟 번째 이야기
비는 세상 모든 걸 담고 있어!
비가 오는 날이면 찰리는 열변을 토했어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소중히 비를 대해야 한다며 이름 없이 사라지는 비들을 위해 하루에도 열 번씩 기도를 하더라고요.
비라면 질색을 하는 나로서는 찰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야, 찰리. 폭우가 내릴 때마다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리는 것 같은걸." 질척거리고 미끄러운 길, 우산 아래로 공격해오는 빗방울, 습한 공기에 더 강해지는 악취. 이런 것들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비가 오는 날이면 아침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쟁을 했지요.
찰리네 집에는 세 평 남짓 되는 창고가 있는데 찰리가 평생 모아온 비가 보관되어 있었어요. 찰리가 세상을 떠난 게 열여덟 살 때니까, 아마 13년 정도 모았겠네요. 작은 병에는 삐뚤빼뚤 비의 이름이 적혀있었어요.
'1번가 5555번 비', '5번가 352-Z 비', 등 찰리가 지어준 이름이었지요.
2년 전쯤, 현장 답사 차 들른 공단에서 뭉게뭉게 뿜어져 나오는 연기구름을 보며 찰리를 생각했어요. 자동차의 매연, 에어컨 실외기가 뿜어내는 더운 열기, 운동장의 흙먼지, 이 모든 게 언젠가는 어떻게든 비가 되어 내리겠지. 그래 찰리, 어쩌면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오늘은 찰리가 세상을 떠난 날이에요.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찰리의 기일에는 늘 그랬듯, 오늘도 비가 와요. 찰리가 가르쳐준 대로 우산 아래 몸을 숨기고 이어폰을 꼽아요. 빗소리에 묻힐 듯 말 듯 한 음악 소리가 좋아서 그렇게 한참을 서성여봅니다.
작은 병에 빗물을 담고 이름을 붙여줬어요. '찰리 220922'.
나는 지금 찰리네 집에 가고 있어요. <찰리의 비> 컬렉션에 기증할 거예요.
어때 찰리? 마음에 들어? 선물이야.
[일간 날돌이]
인스타그램 @dolphinintheair 에 매일 500자 내외의 글을 연재 중입니다. / 수요일 OFF
완성된 이야기를 브런치에 아카이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