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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으는돌고래 Sep 29. 2022

당신의 아픔도 모릅니다

일간 날돌이, 아홉 번째 이야기

엄마 뒤를 쫓아가던 어린아이가 중심을 잃고 넘어집니다. 무릎에서 피가 나고 아이는 울기 시작합니다. 아파서 우는 건지 놀라서 우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때 나의 별명은 ‘멍 부자’였습니다. 선생님들이 가정 학대를 걱정할 정도로 온몸이 멍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정말로 집에 경찰이 찾아왔습니다.


“데이빗 학생 부모님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아이언 고등학교에서 신고받고 왔습니다.”


엄마의 놀란 눈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조심성 없는 내가 사고를 친 줄 알았다고 합니다.


아프다는 게 무엇인지, 나는 잘 모릅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희귀병 때문입니다. 피부가 익다 못해 허물을 벗을 때도, 테이블 모서리에 정강이를 부딪혀 피멍이 들 때도, 아픈지 몰랐습니다. 연필이 쥐어지지 않아 손가락이 부러진 걸 알았고, 사람들이 피가 난다고 걱정해 줘서 삐져나온 철골에 팔꿈치가 긁힌 걸 알았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경찰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둔 의사 소견서를 확인하고 나서야 돌아갔습니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와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의 엄마를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 냅니다. 엄마는 늘 당부했습니다.


네가 아프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야.

여전히 아픔은 잘 모르지만, ‘무릎이 까진 곳이 아프겠구나, 쓰라리겠구나’ 생각합니다.


심리상담가 잭은  비밀을 아는 유일한 친구입니다. 아니, 친구였습니다. 편도선이 부어 목소리가 갈라지던 , 그는 해서는   말을 했습니다.


너는 아프지 않아서 좋겠다.”


나는 그날 이후로  이상 그를 만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종종 공포에 시달립니다. 타인의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할 때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픔을 알고 싶어집니다. 천하무적이 된 게 아니라 삶을 십 프로도 못 사는 기분입니다.


나는 아픔이 뭔지 잘 모릅니다. 당신의 아픔도 모릅니다.



[일간 날돌이]

인스타그램 @dolphinintheair 에 매일 500자 내외의 글을 연재 중입니다. / 수요일 OFF

완성된 이야기를 브런치에 아카이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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