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기다리는 마음
흔들리는 건 당연한 거예요. 흔들리는 대로 내버려 두세요.
절대 빠지지 않아요.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면 물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몸에 힘을 빼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처음 서핑을 배우던 날 보드 위에 납작 엎드려 물에 빠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내게 강사님이 말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애쓸 때는 자꾸만 뒤집어지던 보드가 온몸에 힘을 쭉 빼고 출렁이는 물살에 몸을 맡기니 마치 내 방 침대처럼 편안해졌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힘 빼고, 너무 애쓰지 말고 살아야겠다.'
서핑은 하면 할수록 마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밀려오는 파도를 잡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파도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와 주지 않는다. 보드 위에 힘을 빼고 앉아 먼바다의 너울을 바라본다. 너울이 다가오면 몸을 돌려 패들링을 시작하고 어느 순간 파도와 속도가 같아지면 몸을 일으켜 그 파도에 몸을 맡기면 된다.
참, 중요한 룰이 있다. 1 wave, 1 person. 파도 하나 당 한 명의 서퍼만 탈 수 있다. 남이 잡은 파도는 절대 빼앗으면 안 된다.
일상 속에서도 자꾸 이 순간들이 머리에 맴돌았다. 힘을 빼고 기다려야 하는 것도, 파도가 오면 팔을 젓는 것도, 다른 서퍼가 잡은 파도는 포기해야 하는 것도 참 인생과 닮았다.
몇 년 전 이동진 평론가의 <밤은 책이다>를 읽으며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문장에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난다. 서핑을 생각하다가 잊고 있었던 이 구절이 떠올랐다.
너무 애쓰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지만 내 힘으로 안 되는 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게 좋은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Life is surf!"라고들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