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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Sep 26. 2022

글쓰기 강좌는 넘쳐나는데 왜 내 실력은 이따구일까

뭐든 것엔 다 이유가 있다

모바일 IT 시대가 도래하고 인문계에 큰 트렌드를 하나 꼽으라면 글쓰기 관련 강좌가 엄청 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내로라하는 글쓰기 고수들이 정파와 사파를 가리지 않고 중원에서 천하일통을 위해 패권을 다투는 모습을 보면 ‘글쓰기가 언제부터 이렇게 중요했었나?' 생각과 함께 가슴이 웅장해진다.


수요가 있으니깐 이런 시장이 생기는 것일 테다. 아무리 영상시대라고 하지만 그 기본이 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일 테고, 영상에서 말을 잘하려고 해도 그 뼈대가 되는 스크립트를 잘 작성하는 것이 첫째이니 말이다. 역설적으로 영상이 중요해질수록 글쓰기의 중요성 역시 커진다.


나는 왜 글을 못 쓰는가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의 기본은 현재의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글에 자신이 없고 작문을 잘 못하겠다는 사람들에게 항상 듣는 공통적인 말은 이렇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첫 문장 쓰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러면 필자는 글을  쓰는 사람일까? 언론사 기자생활을 오래 했고, 학창 시절 때부터   쓴다는 칭찬도 많이 받았으며, 무엇보다  쓰는 것도 좋아하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로 조선의  오브 롸이팅(King of writing)이다!"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련하고  초라해진다.


    글이라는 것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고,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실력을 객관적으로 나눌 수 있는 지표도 없다. 헤밍웨이는 누구나 아는 천재 소설가이지만 이분의 글이 비슷한 시기에 기미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최남선의 문장보다 나은가? 영어와 한국어 문장을 어떻게 비교할까. 그냥 둘 다 천재 문장가라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배경과 적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수준에 이르고 싶어도 누구는 10시간 만에 가능하고 누구는 100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불편한 팩트다.


    수많은 글쓰기 강좌가 범람을 하고 각종 글쓰기 고수들이 자기만의 비급을 가지고 당신을 지도하려 하지만 잘 안 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건 그분들의 방법이지 당신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전 이렇게 드리블해서 슛 넣으면 잘 들어가던데요? 자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말하면 어떨지?


    이렇듯이 '내가 어떻게 90시간이나 투입을 했는데 난 왜 글 실력이 이따구지?"라고 좌절하고 브런치에서 누군가 잘 쓴 글을 읽으면서 부럽다고 푸념한다면 본인만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 브런치의 달필가들은 몇십 년 가까이 책도 많이 읽고 사색도 많이 했던 사람일 텐데 이런 걸 금방 따라잡겠다고 하는 게 오히려 도둑놈 심보다.


    때문에 '3주만 하면 ㅇㅇㅇ처럼 쓸 수 있다' 종류의 글쓰기 강좌는 믿고 거르는 것이 답이다. 글쓰기를 못해서 이런 강좌를 수강하거나 고려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시간을 가지고 커리큘럼에 따라 글을 쓴다 해도 잘 안될 것이다. 애당초 문과적 소양이라는 게 쉽게 한 번에 팍! 하고 길러지는 덕목이 아니다.


    문제는 이렇다 보니 '글쓰기 강좌도 살펴보고 고수들이 하는 얘기도 들어 본다 → 따라해보지만 잘 안된다 → 어느 순간 인내심이 바닥난다 → 더 안 하게 된다'의 악순환으로 빠지는 것인데, 안 하고 안 좋아하니 못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더 안 하게 되고 자신감이 없어지니 더 안 쓰게 되는 반복이다.


??? : 이 쉬운걸 왜 못하지?

글이라고 다 같은 글이 아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으면 먼저 본인이 잘하고 싶은 것이 어떤 종류의 글쓰기인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재미있게 글 쓰면서 가끔 드립도 치고 위트 있는 인터넷 글을 잘 쓰고 싶은 것인지,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식의 명문장을 쓰고 싶은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은 것인지, 비즈니스 메일과 제안서를 잘 쓸 수 있는 전문 직장인이 되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나는 내 객관적인 위치를 안다. 언론사에서 글쓰기 훈련을 받고 매일매일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던 신문기자였기에 내 글쓰기의 장점은 '빠르고 신속하게 쓰는 것'이다. 여기에 ENFP 성격 특성상 무겁고 진중한 글보다는 가볍고 소프트한 글을 추구하고,  가능하면 쉽고 위트 있게 쓰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내가 목표로 삼는 글쓰기의 경지는 헤밍웨이나 톨스토이가 아니다. 나로서는 문장 하나하나에 영혼이 살아있는 그런 작문은 자신도 없고, 평생 해도 된다는 보장도 없다는걸 안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담담하게 주위를 성찰하고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좋은 에세이스트 정도는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글쓰기가 아닌 만약 비즈니스 메일이라든 제안서 등의 실용적인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또 다르다. 이런 종류의 글쓰기는 실용적이고 확실한 대상이 있기 때문에 주어와 술어에 맞춰서 논리적으로만 쓰면 된다. 이 경우 문제는 본인의 글 실력이 아닌 논리력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내가 제안서 쓰는 거에 자신이 없고 각종 비즈니스 글쓰기를 못한다면 내 작문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조리 있게 사고하는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논리력이 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엔 글쓰기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시간에 철학 강의를 듣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물론 글쓰기의 기본원칙은 우리가 중학교 교과서에 배웠던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想量)'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너무 고루하지만 뭐 어쩌겠나 사실인데. 이건 그냥 인문계의 '뉴턴 운동법칙' 같은 존재다.  


    나는 처음부터 글을 빠르고 신속하게 썼겠나? 당연히 아니다. 언론사에서 일간지 기자로 몇 년 동안 매일매일 기사를 쓰고 마감을 지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빨리빨리 쓰게 된 것이다. 언론사에서 마감을 안 지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이에 맞춰 글쓰기 역시 적응한 것이다.


  부작용도 있긴 한데, 그 뒤로 글감이 잘 안 떠오를 때 일부러 마감 직전까지 글 안 쓰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정도일까. 마감 직전 심장이 쫄깃해지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평소 때보다 뇌가 팍팍 돌아가면서 점점 다가오는 시계초 앞에 미칠듯한 스트레스를 쾌감(?)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변태 같지만 효과는 있더라.


    하여튼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나 글을 전업으로 삼는 작가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글쓰기에 시간 투자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기본은 역시 써보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 고수들 역시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다. 많이 무엇이든 써 보라고. 일기든 잡글이든 뭐든 간에.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원하는 글쓰기가 문장 하나에 사람들이 막 감동받고 오열하고 날 좋아하게 만드는 그런 글쓰기 수준이 아니라면 (본격 문학계의 Jesus), 우리가 살면서 영어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의 10%만 투자해도 지금보다 훨씬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본인이 글쓰기를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지난날 토익 토플 그리고 영어회화 학원에서
영어에 올인했던 만큼 글쓰기를 열심히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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