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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Johan Oct 12. 2022

해외에서 K-콘텐츠 인기를 실감해보면

더 이상 국뽕이 아닌 '찐'이 된 이유

어느날 두바이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하고 친구 부부 이렇게 셋이서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손도손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자측에서 친구에게 말을 했다. 


"오빠, 나 저거 냅킨좀 줘" 
"이거?"
"응 하나만. 쌩큐 오빠" 


뭐 이런식의 그냥 일상적인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테이블에 한 무리의 여자그룹이 에워싸는 것이 느껴졌다. 아랍식 전통복장인 히잡을 쓴 4명정도의 젊은 현지인 아랍여성 그룹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우리가 뭐 잘못했나?
여기 뭐 남자금지 출입구역 이런건가? 아니 그냥 여기 스타벅스 야외 테이블인데? 뭐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면서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하나 생각했다. 


UAE는 이슬람국가이기에 이런거 잘못 걸리면 정말 골치 아파진다. 잘못하면 거액의 벌금을 내거나 심하면 진짜로 감옥가는 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계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던 중 한 여자애가 더듬거리는 말로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한번 다시 할 수 있어요?"


'어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질문하네?'  잘 안들려서 "네?"라고 반문하니깐 다시 말했다.


"OPPA 한번 다시 할수 있어요?"


"네에~~???" 


알고보니 K드라마를 즐겨보던 아랍 소녀팬들이었다. 평소 즐겨보던 한국드라마에서 배우 송강 같은 잘생긴 남자 주인공들에게만 했던 "오빠" 단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걸 보니 너무 신기했다나 뭐라나. 


이러한 덕심으로 한국어도 독학하고 있는데 주위에 한국친구들이 없어서 연습을 못하고 있던 차에 우리 일행이 이런저런 한국어로 대화하는걸 보니 신기하고 지금까지 연습했던 한국어도 써먹을겸 해서 말을 걸어봤다고 한다. 


그래서 같이 동행했던 친구의 와이프님께서는 김치 가득 원어민 그대로의 목소리로 "오빠" 문장을 그들 앞에서 10번 이상 말해야만 했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져 온다....




영면하소서...후손들이 당신의 꿈을 이뤘습니다


K콘텐츠 왜 이렇게 인기인가


문화예술을 전공한 입장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불고 있는 K-콘텐츠의 세계적 열풍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두바이가 어디인가. '중동의 뉴욕'으로 불리는 물류의 허브이자 전 인구의 90%이 외국인으로 이뤄져 있는 초국제도시다. 때문에 인터내셔널 트렌드에 매우 매우 민감한 곳이다. 


이곳 사람들에게 한류는 더 이상 신기한 문화가 아니다. 이제는 두바이에서 더 이상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탑 10순위 안에 여러곳 포진돼 있는 것이 하나도 안어색하고, KPOP 콘서트에 수만명 팬들이 몰려가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레스토랑마다 Korean BBQ는 인기메뉴이고, 공식 미팅을 하다가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에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오! 우리 딸이 BTS 너무 좋아해요"라면서 활짝 웃으며 호의를 갖고 대해주는 것도 일상이 돼 버렸다.


K드라마, KPOP, K영화로 시작된 관심은 한국어와 한국 전통문화까지 퍼져나가고, 한글을 배우고 한국관련 유튜브 영상을 탐독한다. 그러는 사이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사람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소중한 친한파가 점점 되어간다.  


이러한 K콘텐츠의 인기몰이 현상에 대해 주위 외국인 지인들에게 직접 많이 물어봤는데,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너희는 왜 K드라마와 KPOP에 열광하니?'에 대한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재밌어"


'응 이게 다라고?'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평론가가 아닌 이상 일반인이 하는 답변 대부분이 이럴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게임을 왜 하냐'는 말에도 비슷한 대답이 나왔을 터. 


이런 느낌으로

이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이야기에 공감하고 인간의 희로애락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현실적이고, 무언가 있을 법 하고, 스토리도 치밀하고, 배우들 감정선도 명확해서 좋다고 한다. 여기에 서구 영화에 비해서 덜 선정적이며, 남녀간 로맨스도 서서히 발전해나가면서 같이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콘텐츠가 '가성비'가 좋다고 지적을 한다. 가성비의 민족.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제작비가 미국 유명드라마의 1/10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뽑아낼 수 있다면 자본가 입장에서는 이만한 효자가 없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이미 5000억원을 우리나라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디즈니+ 등 다른 OTT서비스 업자들도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상태다. 


사실 K콘텐츠는 이미 그동안 생성됐던 팬층도 생각보다 견고했다. 2000년대만 해도 K콘텐츠는 아시아에서만 통한다는 말이 있었으나, 전세계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아시아다. 이미 동남아 국가와 중국 일본 등에서 널리 사랑을 받으면서 그 잠재성을 오랫동안 인정받아 왔다. 갑자기 뜬게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 타임(TIME)지 6월 7일자에 실린 한류관련 기사 사진


K콘텐츠의 앞날은


한류는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서는 그럴 것 같다.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 그 나라의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했을 때 사실 아시아에서 문화허브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나라는 한·중·일 정도밖에 없는데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어릴 적에는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봤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일본은 여전히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것을 내놓을 때도 있지만 묘하게 공감이 되지 않고 세계 흐름에 비켜서 여전히 자신들만의 갈라파고스 세계에 살고 있다. 


중국은 더 할말이 없다.  <곰돌이 푸> 같은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문화상품이 발전할 리가 없다. '검열'을 들이대는 순간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창의성은 다 죽는다. 그러다 보니 검열에 저촉되지 않는 <삼국지> <수호지> <사조영웅전> 같은 역사극만 만드는 것이다. 


(사족: 사실 개인적으로는 중국 공산당 정권에 감사드리고 있다. 만약 중국이 제대로 문화 콘텐츠를 육성하고 수출한다면 지구촌에 당해낼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어쩌면 문화대혁명도 옆나라 한국의 문화융성과 해외진출을 위한 형님의 큰그림이었을지도...)


아랍 세계는 어떨까. 여기는 매우 보수적인 사회다. 그렇기에 가족간 사랑을 중시하고 장유유서 같은 한국의 유교적 전통과 씨족사회가 중심이 되는 아랍의 전통은 의외로 서로 공통되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개방된다고는 하나 아직 서구에 비하면 보수적인 편이기에. 


이런 아랍인들에게 우리나라 문화는 서구문화에 비해 심리적 저항감이 덜하다. 때문에 아랍사회에서 앞으로도 한국문화가 큰 저항없이 받아들여지고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딸을 가진 보수적인 무슬림 아빠 입장에서도 딸이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고 K드라마를 보는 것에 별 거부감이 없다는 뜻이다. 


두바이는 중동의 허브이자 아랍에서 가장 큰 영향을 가진 도시 중 하나다. 이곳에서 유행하는 대중문화는 같은 중동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 두바이 내 K콘텐츠가 음악이나 영상미디어 영역에서 주가 됐다면, 이제는 뷰티산업, 의료산업, 첨단IT산업 등의 전방위 영역으로 시장이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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