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타면 영등포 가는 거 맞지요?” 1호선 전철. 의미 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내 앞에, 옆자리의 할머니가 불쑥 얼굴을 내민다. 어딜 가시는지 곱게도 차려입으셨다. 맞다고, 짧은 대답을 하고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옆자리의 실루엣이 가만 앉아있질 못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다시 내 앞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조금 상기된 볼을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허허. 글쎄 12년 만에 전화가 와서 보자고 그래서 내 알겠다고, 간다고 했지.
... 12년 만이야. 근데 이거 영등포 가는 거 맞지요?
... 아, 그래요. 친절하기도 하지. 아침에 일찍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고. 가서 다시 전화해봐야지. 근데 영등포까진 얼마나 걸리나? 아직도 한 시간은 남았지?
... 그래요, 그래요.” 12년 만의 만남이 감격스러운 듯 할머니의 말들은 연신 떨리고 있었다. 가쁜 숨이 묻어나는 목소리, 자꾸만 들썩이는 입가의 주름, 하얗게 깜빡이는 속눈썹까지. 온통 다 설렘이었다.
나는 20분 정도를 더 가서 내렸고 할머니는 내리는 나에게 잘 가요, 하고 인사를 건네셨다. 요란한 기계 소리와 함께 플랫폼이 비어진 후에도, 한동안 할머니가 남기고 간 설렘의 여음에 쉽게 발을 떼어내지 못했다. 친구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반대편의 또 다른 떨림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며칠을 더 함께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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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얼굴이 건네는 이야기, 라는 소재로 글쓰기를 결심하고누가 좀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브런치에 발을 들였어요.역시 누군가 내 생각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건 정말 큰 기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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