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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맘 Aug 02. 2020

친절하지만 단호한 승무원 육아법

내 인생 최악의 VIP 진상 승객 

프롤로그: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엄마도 승무원 못지않은 극한 직업이란 걸…





"주주 엄마는 어쩜 그렇게 친절하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어? 승무원이라 그런가? 좀 다른 것 같아~ 우리도 좀 알려줘~"  "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손님이다~ 생각하고 대해요.  애들이 승객이다  ‘최악의 VIP 진상 승객’이다 라고요" 비행기에서 저를 만났으면 깜짝 놀라셨을걸요? 일할 땐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깔깔깔 한바탕 뒤집어지게 웃고 돌아왔다


안녕?? 진상 승객님들 


고객 (顧客)의 고(顧)는 돌아보다, 사방을 둘러보다, 마음에 새기다, 관찰하다, 마음에 두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내 가게를 나가서 돌아서 다시 오는 단골손님, 마음에 두고 다시 찾아올 손님. 손님에게는 한없이 친절한 사람이면서 집에 돌아와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너를 위한 말'이라는 핑계로 상처되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말을 골라서 한다. 손님을 가족처럼 이라는 말보다 이제 가족을 손님처럼 돌아보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근무하면서 운 좋게도 한 번도 받지 않았던 고객 불만 편지를 우리 가족들에게 받았다면 벌써 편지함이 꽉 차 버렸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 나의 고객이 언제든 편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육아를 하고 싶다.



플라잉맘 김경민 강사


10년 동안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사직 후 승무원 지망생의 멘토로, 서비스 강사로 일했다. 태도와 말하기를 가르치며 서비스 강의를 하는 친절하고 우아한 승무원 출신의 강사.  밖에서만 내 모습을 보는 사람들에겐 좋은 엄마의 모습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고, 협박을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내가 모자란 엄마인가? 후회한다. 다들 이 힘든 걸 어떻게들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남들 다하는 게 나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따져 묻고 싶다.  밤새 잠 못 자고 우는 아이를 붙잡고 같이 울기도 한다. 집은 치워도 금방 다시 어질러진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뭐 하나 제대로 끝나는 게 없다. 




서비스와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의 일은 육아와 닮은 점이 많다.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동시에 훈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일도 승무원 못지않은 극한 직업정신을 필요로 한다. 바쁜 기내 좁은 공간에서 몇백 명의 식사를 준비했던 경험, 친절한 말하기 습관, 배려하고 챙겨주려는 태도, 비상상황을 대비한 안전 교육 등. 




특히! 밤을 새 가며 승객들의 밥을 챙기고, 더러운 기내 화장실 청소를 하고, 까다로운 승객을 응대했던 경험은 육아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유독 승무원 엄마들은 아이들과 눈을 잘 맞춰 주고 아이들에 말에 대답을 잘해준다. '진심이 아니더라도 진심처럼 느껴지게'  응대를 잘한다. 그러다 보니 "어쩜 주주 엄마는 그렇게 애들한테 잘해? "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다양한 승객들을 만난 경험이 있다. 입사 교육부터 매년 받는 정기 안전 훈련까지 매번 사건 사고를 시뮬레이션한다.  어지간한 일에는 크게  당황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비행기에서는 안전을 위해, 기상상태로 인해, 식사가 모자라서 등등 어려운 일이  많기에 친절하지만 해야 할 말을 단호하게 얘기하는 방법을 몸소 익힌 전문가들이라고나 할까?? 


비행기에는 안전을 위한 여러 도구들도 실려있다. 기내 경고장, 난동 승객을 묶을 수 있는 타이 랩 , 포승줄, 대한항공의 경우 전자총 (테이져건)도 실린다.  매년 총 쏘는 연습도 한다. 승무원들은 위급 상황에서 승객들을 안전하고 빨리 비행기 밖으로 대피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샤우팅”이라는 것을 하는데, 말 그대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벨트 풀어! 일어나! 짐 버려!” 다짜고짜 승객한테 반말로 소리를 지른다. 긴박한 상황이라 “손님 이제 우리가 위험한 상황이라 비행기를 탈출할 거예요. 벨트를 풀어 주시고~일어나서 나가주세요!! 나갈 때는 짐을 들고나가면 통로가 복잡하고 대피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짐은 버려주세요 “라고 말을 할 수 없다. 최대한 짧고 단호하게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승객들을 위험에서 구출하는 소리.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따를 수 있는 소리다.



비행기에서도 샤우팅을 하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일이기에 매번 연습을 해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승무원 엄마들은 참을 만큼 참았는데 일이 생각처럼 안될 때는 다짜고짜 크게 소리를 지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육아를 할 때도 훈육은 꼭 필요한 것이다. 안전에 관한 문제는 어디에서도 타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감정에 이끌리거나, 일관성 없는 훈육은 독이 되기도 한다. 정기 안전 훈련처럼 육아 상황도 미리 몇 가지로 정리해 보고 이럴 땐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면 좋을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1단계는 단호하게 금지할 것을 요구, 2단계 경고장 제시, 3단계 "계속해서 그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 테이져 테이져" 


아이를 만나는 과정, 육아를 하면서 함께 크는 과정은  비행기를 띄우는 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 기장님 같은 아빠도 있고 승무원 같은 엄마도 있다. 정비, 운항관리, 발권, 청소, 식사 준비 등등 보이지 않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다. 함께 여행을 하며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생긴다. 가끔은 날씨가 흐리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기류 변화를 만나기도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번 뜬 비행기는 목적지가 있다. 어딘가에 꼭! 내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이 비행은 내 인생 최 장거리 비행이라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어디까지 함께 같이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고객님을 내려드리는 그날까지 안전하고 행복한 비행 되길...



“ 소중한 여행을 플라잉 맘 김경민과 함께 해 주시는 고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의 탑승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가시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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