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선 유난히 식사시간이 더 기다려진다. '어떤 음식이 나올까?' 하는 기대와 '뭐 먹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기내식에 매력이 아닐까? "손님 식사는 비빔밥과 소고기 생선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저 비빔밥 주세요! 여행 내내 비행기에서 비빔밥만 먹을 날만 기다렸어요!" 언제 먹어도 기내 비빔밥은 참 맛있다. 승무원들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모든 승객에게 원하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비행기 특성상 실리는 식사의 양과 비율이 정해져 있다. 원하는 식사를 못 받았을 때의 실망감이란...
승무원들은 준비된 식사 비율에 따라 센스를 발휘해 기내식을 소개한다. 보통 메뉴의 이름, 식재료로 주로 쓰인 재료로 소개를 한다. 밥과 함께 준비되어 있는지, 면 요리 인지, 요리법에 따라 중식 볶음 돼지고기, 매콤하게 조린 생선요리 등으로 자세한 설명을 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비행에 한국인 단체 승객이 탑승했다면? 한식을 찾는 승객이 많을게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행분과 같이 앉은 분들께 "비빔밥과 소고기로 하나씩 준비해드릴까요?" "밥과 매콤한 생선요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른 카트에 식사 여분까지 매의 눈으로 관찰해가며 전투적으로 비율이 맞게 서비스되도록 노력한다.
원하는 식사를 받지 못한 승객에겐 진심 어린 사과를 우선 한다. / 원하는 식사를 드리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최대한 입맛에 맞게 드실 수 있도록 햇반, 빵, 라면 고추장 등등 서비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려고 한다. 다음 식사 때 원하는 메뉴를 먼저 챙겨드리겠다고 안내드리고, 비행 틈틈이 그 승객들을 챙긴다.
불만 대처 방법 - 1. 진심 어린 사과 2. 대체 서비스 제공 3. 재발 방지! 4. 관심과 배려
집에서 아이들 식사 서비스하는 것이 비행기에서 일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힘들 때가 있다. 난 아이들을 내 인생 최악에 진상 승객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한다. 절대미각을 가지셨는지 맛있게 드셨던 음식도 뭐가 하나 바뀌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뱉어 낸다. 온도 변화에도 어찌나 민감하신지 조금만 뜨거워도 드시질 못한다.
아이들 식사를 준비하면서 생긴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밥 안 먹는 아이들도 우리 집에만 오면 하나같이 밥을 잘 먹는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요리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함께 먹는다. 엄마들의 최대 고민 "오늘은 또 뭐해먹지?"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문제가 풀리기도 한다. "엄마 오늘은 왠지 치킨이 당기는데?" "그래! 치킨 시켜먹자~" 다음날은 먹고 남은 치킨으로 치킨마요를 해 먹는다. 계란 프라이와 치킨 살, 간장, 마요네즈, 김가루면 훌륭한 식사가 탄생한다.
계란 요리를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한번 물어본다. "아침은 계란죽으로 할까? 계란 볶음밥으로 할까? "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그러면 두 아이다 다른 메뉴를 고른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기에 더 맛있게 먹는다. 먹으면서도 아이들에게 요리법을 간단히 알려 준다. "계란 죽은 흰밥을 끓이다 계란을 깨뜨려 넣어 후루룩 끓이면 돼" "볶음밥은 계란을 먼저 볶고, 그릇에 담아 놓은 다음 밥을 따로 살짝 볶은 다음 계란을 넣어서 섞고,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하는 거야~"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요리법도 조금씩 익히다 보면 언젠가 맛있는 계란 볶음밥을 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보기엔 별로지만 맛난 계란죽과 무려 햄이 들어간 계란 볶음밥
나의 엄마는 요리하는 사람이다. 엄마는 식당에서도 집에서도 매일 음식을 만든다. 엄마는 항상 새로운 음식으로 상을 차린다. 친정집에선 김치 빼고 묶은 반찬을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새 밥과 따뜻한 국, 생선구이와 계란말이 방금 무친 나물이 뚝딱 차려진다. 주말이면 먹기만 간단한 국수를 먹었다. 멸치로 푹 우려낸 육수가 일품인 멸치국수, 신 김치를 넣고 매콤 새콤한 김치말이 국수, 우리가 좋아하던 달콤한 간장비빔국수. 엄마는 한 번에 세 가지 국수를 뚝딱 만들어 내는 신기한 사람이다.
엄마의 요리법은 간단하지만 영양 만점이다. 신선한 식재료와 제철음식, 맛있는 간장과 된장. 식재료에 따라 요리 순서를 생각하고 소금 간을 잘 맞추면 된다는 엄마의 비법. 한 가지 요리를 위해 여러 식재료를 사지 않는다. 같은 재료도 다른 요리 방법으로 끓이고 비비고 골라 먹는 재미를 준다. 간단해 보이지만 아직 엄마 맛이 안 나는 건 내공이 부족한 탓인 것 같다. 엄마밥상으로 세 자식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랐다.
딸은 엄마를 보고 배운다. 콩나물 한 봉지도 엄마처럼 야무지게 요리한다. 멸치육수를 내고 콩나물 한 봉지를 다 넣는다. 콩나물이 적당히 익으면 1/3만 두고 콩나물국을 끓인다. 꺼낸 콩나물로 반은 아이들용으로 참기름 넣고 무치고, 반은 매콤 달콤하게 내 스타일로 무친다. 매운 것을 아직 못 먹는 막내도 "이것도 한번 먹어볼까? 나 형님 됐어" 하고 매콤 달콤 콩나물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딸들과 함께 봤다. 도시에 일상에 지쳐가던 주인공이 잠시 쉬러 온 고향. 엄마의 주방에서 추억을 더듬어 가며 엄마표 요리를 제 손으로 해 먹으며 다시 일어날 힘과 용기를 얻는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자란아이는 속까지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아이들과 영화에서 나온 배추전도 부쳐 먹고, 무지개떡도 만들었다. 달콤한 크램 브륄레를 먹으며 "스트레스엔 역시 달콤한 디저트야~"를 외치며 딸들과 마주 보고 웃었다. 즐거운 추억들은 아이들 마음 통장에 차곡차곡 적금처럼 쌓이고 있다. 엄마에 건강한 (가끔 불량한) 사랑이 담긴 밥을 먹으며 우리 아이들도 마음까지 건강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