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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Apr 19. 2023

팔랑카(Palanca)를 아십니까?

힘을 내요 슈퍼 파월얼얼얼!

Palanca라는 말을 아십니까? 영어는 아니고 지렛대(lever)를 뜻하는 스페인어 단어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 스페인어라고는 고작 ‘터미네이터’에서 아놀드 형님이 했던 ”하스타 라 비스타, 베이뷔!“ 말고는 없으니 이 단어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캐나다와 미국의 가톨릭 교회 커뮤니티 안에서는, ‘힘을 주는 응원의 편지’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Palanca Letter’라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는 무거운 것도 지렛대의 힘을 이용하면 들 수 있듯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힘을 주는 그런 편지나 짧은 메모등을 가리켜 ‘팔랑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Retreat (피정 혹은 수련회)를 떠나면, 그 행사를 주관하는 지도 교사와 학생 봉사자들이 미리 참가자들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과 코치들에게 부탁을 해서 팔랑카 레터를 잔뜩 가져갑니다. 그리고 Retreat 마지막 날에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로 나눠줍니다. 네, 덩치가 산만한 고등학교 남자 녀석들도 쏟아지는 응원과 격려의 팔랑카에 감동해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도 합니다, 그것도 꽤 자주. 하하! 가끔 열심한 부모님들이 나서서 아이가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선생님의 편지를 받아 오기도 하고, 어릴 때 친했지만 자라면서 연락이 끊겼던 옛 친구의 편지를 받아오기도 합니다. 또 자기를 무척 싫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선생님의 격려 편지를 받고서는 눈물을 글썽이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오늘, 11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retreat 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조의 7명의 아이들과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애들 피정인데 선생이 주책맞게 너무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나 싶어 살짝 후회하기도 했었습니다. 피정이 끝나고 돌아오는 날, 같은 조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로 부터 제법 많은 팔랑카를 받았습니다. 선생한테도 팔랑카를 주는 줄은 몰랐기 때문에 조금 놀랬고 또 무척 감사했습니다.


오늘 Facebook의 Memories 기능 덕분에 이렇게 오랜만에 그때 받았던 메시지들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 받았던 고마움과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그중 겹치는 내용들은 걸러내고 몇 개만 추려서 올려봅니다. 몇몇 아이들의 과도한 칭찬에 번역하기가 매우 민망하고, 또 맛깔나게 번역할 자신도 없기에 이 쪽지들은 그냥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오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팔랑카 몇 줄 적어서 마음을 전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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