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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Apr 28. 2016

나의 누이여

28 -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 소설 읽는 여인, 1888.


  빈센트 반 고흐에게는 여동생 빌헬마인이 있었다. 1862년에 태어났으니, 빈센트와는 9살 터울진다. 그녀는 부모와 함께 살았고,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는 어머니와 같이 지냈다. 가정교사나 개인 간호사, 사회복지사, 교목 선생 등을 하기도 하였다. 작가가 되고 싶어 했으며, 항상 파리의 문화예술계 소식에 목말라 했다. 빈센트는 동생 테오와도 서신왕래가 잦았지만, 누이동생 빌과도 예술과 문학에 대해 편지를 주고 받았다.

  소설 읽는 여인(Novel Reader)은 고흐의 여동생을 연상시킨다. 빈센트는 빌에게 편지를 보내 이 그림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풍성한 머리는 진한 검정으로, 몸은 녹색, 소매는 포도주 찌꺼기 색깔, 치마는 검정, 배경은 온통 노랑색으로 하고, 책장에는 책이 차있다. 그녀는 손에 노란 책을 펼쳐 들고 있다.” 고흐가 이 그림을 그린 때는 1888년 아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이다. 어머니와 누이동생을 추억하며 그린 <에텐 정원의 기억>을 그린 직후에 바로 그렸다. 고흐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881년에 누이동생의 초상화 데생을 그리기도 하였다.

  1888년에 고흐는 누이 빌의 생일을 맞아 그림 2점을 누이에게 보냈다. 하나는 <책과 함께 있는 유리병에 든 꽃핀 아몬드 가지>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소설책과 장미가 있는 정물>이다. 두 점 다 책을 좋아하는 누이를 위해 그린 그림들이다. 남매는 모두 책을 좋아하였다. 이른 봄 화사하게 꽃핀 아몬드 가지는 희망의 상징인데, 바로 그 희망 옆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것도 책이다.  그림에 그린 프랑스 소설책은 그 무렵 고흐가 보던 7명의 파리지앵 소설 세트이다.


책과 함께 있는 유리병에 든 꽃핀 아몬드 가지, 1888 


프랑스 소설책과 장미가 있는 정물, 1887


  고흐가 기독교 신앙을 한창 키워 나갈 때에도 책이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 그때 등불이 되었던 책은 경건문학의 대표작이었던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이었다. 이후 문제의식의 틀이 종교에서 근대로 이행하면서는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을 탐독하였다. 예를 들면 탄광지역을 배경으로 한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Germinal)이나,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같은 책들을 좋아하였다. 


 “책과 현실, 미술은 하나이며, 나에게는 모두 같은 것”이라는 그의 편지 속 말마따나, 고흐의 삶에서 책은 그가 걸었던 영혼의 순례길에서 지나쳤던 삶의 이정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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