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자크 모노리
극장 스크린의 와이드 화면을 마주 하고 있는 듯하다. 크기도 그러하니와 내용도 무슨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화면 가득 어두운 청색 톤 아래, 모자 쓴 남자와 그의 딸로 보이는 어린 소녀가 숨기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면서 격한 포옹을 위해 서로 마주보고 달려가는 장면을 담았다. 큼직한 창문 밖으로는 무슨 무기를 들고 있는 것 같은 그림자의 형상이 보인다. 이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가.
자크 모노리는 일찌기 1964년 파리시립근대미술관에서 "일상의 신화"란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새로운 미술사조였던 서술적 구상 회화 운동에 참여한 것이다. 이 사조는 서술적 요소를 미술에 끌어 들여와 새로운 형식의 시도를 꾀하였다. 즉, 신문기사나 광고, 시위나 거리 풍경, 정치적 사건 등에서 본 서술적 요소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회화에 투영시켰다. 그 표현방식은 여러가지 모습을 띠는데, 이를테면 형식적 특성이 반복되는 일화성인 형태, 인물이나 대상이 교체나 운동에 의해 변모하는 진화적 형태, 동일한 구성내에서 시간의 차이를 가지고 병치되는 서술 형태, 분할된 여러 개의 화면이나 인물을 표현하는 서술 형태 등 다양하다. 이들 형태가 물론 한 화가에 의해 전유되는 것은 아니어서, 모노리의 경우도 이러한 형태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모노리의 작품은 일련의 시리즈 형태로 많이 진행되었는데, 이 그림도 그가 1985년과 1986년 사이에 작업한 도둑 시리즈 중 하나이다. 여기에서처럼 주로 푸른색의 모노톤 그림이 그의 전매특허인양 다수를 차지한다. 간혹 붉은 색이나 노란 색이 더해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도 각각 모노톤을 유지하고 있다. 2004년에는 국내에서도 여러 작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다른 기획전시전의 출품작중 하나로 전쟁과 재앙이 휩쓸고 간 도시의 황폐한 모습을 담고 있는 <독2>(1982)란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서술적 구상 회화의 특징중 하나는 가독성을 높이는 것이다. 고상하거나 난해한 예술로서 저멀리 그들만의 것이 아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을 표방한다. 이 그림에서의 서술적 요소 이미지는 영화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보통 우리는 영화를 통해 현실을 잠시 잊는다. 그 과정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사랑에 같이 들뜨기도 하고 악당들을 통쾌하게 무찌르기도 한다. 그림속 인물들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사랑하는 가족에게로 달려가고 있다. 바로 우리들 모습이다. 이 감정적 전이가 바로 이 그림이 노리고 있는 지점이다. 자, 그럼 오늘 하루도 멋진 씬들을 연출해 보시라. 느와르 영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