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쉴러
마천루가 화면 전체를 차지하며 높다랗게 솟아 올라 있다. 어지간하면 그 높이를 자랑하기 위해 하늘을 배경으로 할만도 한데, 어느 귀퉁이에도 하늘 조각 하나 보이지 않고 답답하리만치 빽빽하게 건물들을 배치하였다. 각각의 건물 벽면에는 점점이 창들이 있다. 반사된 옆 건물의 창들이 건물 사이사이에 명암을 달리하며 중첩적으로 투영되어 있는 걸 보니, 화면은 실내의 전면 유리창이다. 빌딩 안에서 유리창을 통해 앞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는 풍경인 것이다.
오른쪽 바로 앞 빌딩은 건물 색을 검은 색으로 하여 의도적으로 어두움을 상징하고 있다. 다른 건물의 측벽도 그늘져 있음을 표현하면서 짙은 색감의 직사각형이 마치 추상화처럼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직선과 그 직선이 만나는 사각형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그림을 추상화이지 않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저 무수한 유리창들이다.
흔히 도시를 욕망으로 상징화시키는데, 그 욕망이 숨어 있는 곳이자 반대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차단시키기도 하는 매개물이 바로 창이다. 도시가 살아서 숨을 쉰다면 바로 이 창을 통해서이다. 창이 꿈을 표상한다면, 도시는 무수한 꿈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꿈들은 화면에서처럼 겹쳐져 있다. 내 꿈이 다른 이의 꿈들과 어우러져 있다. 한편으로 어떤 이가 벗어나고자 하는 그 현실은 어쩌면 다른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기도 하다.
❝찰스 쉴러(Charles Sheeler: 1883–1965): 미국의 화가이자 사진작가. 필라델피아 공예기술학교, 펜실바니아 미술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공장 등의 건조물을 정확히 묘사하는 ‘정밀주의’ 라는 미국 고유의 입체파 양식을 발전시켰다. 사진가로서도 활약하여 사물을 직시(直視)한 작품들이 도시 풍경과 건축물을 소재로 한 그의 회화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 대표작으로 『아메리카의 풍경』(1930, 뉴욕 현대미술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