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 할 라스코
최근 맨부커인터내셔날 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다른 작품 "바람이 분다, 가라"를 읽었다. 그러다 다음 문단에서 잠시 책을 덮었다.
" 넌 몸이 작고 말랐으니까 아마 오래 살거야. 백 살, 백이십 살씩 사는 사람들 봐. 다 체형이 너 같아. 머리는 새처럼 희어지고, 여름에도 긴소매 털옷을 입고, 겨울이면 온종일 창문 밖을 내다보며 지내겠지. 그 성격에 백 년씩 쌓인 기억들하고 씨름하면서 살아가자면 꽤 힘들거야"
정말 나이들어 활동성이 떨어지면 이 대화에서처럼 창문 밖만 바라보아야 할 지 모른다. 실제 연로하신 장모께서 거동이 불편해지자 베란다 의자에 앉아 창문 밖을 내려다 보는 것을 하루 소일거리로 삼았다. 반면에 건강이 허락되어 여러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노년도 많아 자극을 받기도 한다.
이 그림의 화가가 바로 그렇다. 할 라스코(Hal Lasco)는 미국의 초고령 픽셀 화가이다. 무려 98세이다. 그는 십 수 년전 황반변성으로 인해 시력이 악화되었으나, 손자의 도움으로 MS사의 그림판 소프트웨어를 익혀서 지금은 디지털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수 십배 확대가 가능하여 나쁜 시력으로도 확대된 픽셀 하나하나에 색을 입혀 그림을 완성한다. 따라서 엄청된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에게 남아도는 것도 시간이어서 끈기있게 작업을 수행한다. 그린 작품으로 전시회도 가지고, 지금은 온라인 판매도 한다. 여가생활의 기쁨에 이어 수입원도 되는 셈이다.
나이들어 사는 법은 따로 정해진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남이 그렇게 산다고 해서 따라 살 일도 아니다. 일생을 살아왔던 법이 사람마다 다르듯 노년의 삶도 각자 달라질 것이다. 기왕이면 본인들이 소망하는 삶이 되었으면 싶다. 창작을 하는 것도 좋고 물끄러미 창밖을 내려다 보아도 좋겠다. 다만 과거의 기억에 사는 것보다는 부단히 현재에 살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