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세상으로

44 - 조지아 오키프

by 유시
조지아 오키프, 브루클린 다리, 1949, 마소나이트에 유채, 121.8 x 91.1cm, 브루클린미술관

미국의 아치스 국립공원에는 바위들이 풍화작용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아치들이 2,000여개나 넘게 있다. 그중 유명한 것으로 사우스 윈도우와 노스 윈도우가 있는데, 각각 남북 하늘로 난 창이란 뜻으로 이름붙인 것이다.


오키프가 그린 <브루클린 다리> 역시 거대한 고딕 성당의 창을 연상시킨다.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는 근대 도시생활과 기술적 진보를 상징한다. 그녀는 뉴멕시코로 떠나기 전 마지막 몇 주 동안 이 작품을 그렸다.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했던 사연 많던 뉴욕 생활에 대한 그녀 나름의 정리겸 작별을 고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리 탑의 아치를 크게 클로즈업하여 마치 하늘을 향해 나있는 창으로 묘사함으로써, 그녀 자신이 이제 막 열려고 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밝은 전망을 희원하고 있다. 그 기원이 아치의 창을 가로질러 다리를 지탱하고 있는 케이블을 따라 푸른 하늘로 뻗어 올라 가고 있다. 특정 형태를 극대화시켜 강조하는 방식은 그녀만의 독특한 기법이다. 주로 꽃을 대상으로 하였는데 여기에서는 다리가 대상이 되었다.


그 무렵의 오키프는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저명 사진작가였던 20여년 연상의 남편 스티글리츠가 죽은 지 삼사년이 지나 인생의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스티글리츠는 작품전시를 통해 그녀가 화단에 데뷔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정식 결혼전 유부남 신분으로 그녀와 동거하면서 그녀를 모델로 누드사진을 찍어 이런저런 풍문과 비난의 대상꺼리로 만들었다. 또 결혼생활중에는 그녀보다 18년 더 연하인 여인과 스캔들을 일으키는 등 여성편력으로 그녀를 힘들게 하였다. 한마디로 애증과 오욕의 인연이었던 것이다.


오키프는 그렇게 뉴멕시코로 떠났고 그곳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98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구원이었던 작품활동을 하였다.

조지아 오키프, 농장의 창과 문, 1929, 캔버스에 유채, 101.6 x 76.2 cm, 뉴욕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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