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 웨인 티보
창밖 풍경이 낯설고 조금 이상하다. 보통 우리가 보는 풍경은 아니다. 높은 건물의 창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인 듯한데 내용은 비현실적이다. 건물과 도로, 인근 녹지나 야산이 각기 보이는 시각과 위치가 서로 상이하다. 어떤 경우는 수직으로 바로 내려다 보이는 모습이고, 어떤 경우는 소실점을 가지고 측면으로 멀어지기도 하며, 맥락없이 붙어 있기까지 하다. 상대적으로 빛이 내리 쏘이는 각도만 일관되어 비조리한 풍경에 착각의 통일성을 부여해 주고 있다.
풍경은 낯선 여행지가 아닐 바에야 대부분 일상적이어서 특별히 새롭게 반응할 여지가 없지만, 그것이 부조리하다면 그래서 익숙한 것이 아니라면 눈길을 잡아끌게 된다. 웨인 티보의 초현실주의적인 풍경화가 바로 그러하다. 그는 이같은 부조리 도심 풍경화를 일련의 시리즈로 제작하였다.
그의 풍경화는 그가 만들어낸 독특한 그만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의 풍경은 실재하지 않는다. 창밖의 수직 도로가 창밑을 관통할 수는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도심 밀집 지역에서 도로 위에 건물을 올리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풍수지리학적으로도 이러한 입지는 좋지 않다. 도로의 차량 흐름 역시 기와 마찬가지여서 자꾸 내게로 와 내리꽂히는 모양새는 경직된 긴장을 항시 불러와 주거지로서는 안좋다.
웨인 티보는 미국의 팝아티스트이다. 그는 대중소비 사회의 일상적인 사물들인 파이, 케이크, 아이스크림, 핫도그, 기타 디저트 등을 밝은 색상으로 반복시켜 그려낸 작품으로 유명하다. 젊었을 때 카페에서 일했던 경험이 이들 작품의 소재를 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미키 마우스와 같은 캐릭터를 그리기도 하였으며, 리챠드 디벤콘의 영향을 받아 풍경화나 거리나 도심 풍경을 그렸다. 선셋스트리트(1985)나 플랫랜드리버(1997) 같은 작품은 하이퍼 리얼리즘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인의 일상생활을 매혹적으로 그려낸 에드워드 호퍼와 비교되기도 한다.
화가 스스로는 이 작품들을 "미국의 기억"이라고 불렀다. 그의 작품들은 특정한 시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 미국의 기억은 실제의 기억이라기보다는 기억의 꿈이다. 대중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지나간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