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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un 22. 2016

뮤즈

47-모리스 드니

모리스 드니, 뮤즈, 1893, 캔버스에 유채, 171.5×137.5cm,  오르세미술관

오늘날 뮤즈(muse)는 화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원래는 고대신화에서 예술과 학문을 관장하는 여신을 뜻하였다. 뮤즈가 관장하는 분야는 다양하여 그 수도 아홉이나 된다. 보통은 이들 뮤즈가 각기 관장하는 분야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상징물들을 가지고 있다.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 : 1870-1943)는 이 뮤즈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여 그림에 담았다. 옷차림새나 머리 모양도 19세기 당시의 것을 따랐으며, 각 뮤즈들의 상징물도 과감히 생략하였다. 다만 뮤즈들 가운데 역사를 관장한 클레이오(Cleio)의 경우는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날 때가 많은데, 여기에서도 이것만은 예외로 하여 중앙에 등장시켰다. 또한 뮤즈의 숫자도 통상 알고 있는 아홉이 아닌 열 명으로 그려 넣었다. 보다 선명하게 그려져 쉽게 확인되는 뮤즈들 사이에서 가운데 나무 사이 저 뒷편으로 한쪽 팔을 들고 앉아 있는 흐릿하게 그려진 또다른 뮤즈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뮤즈들이 소요하고 있는 숲은 성스러운 공간이다. 고요한 가운데 자연과 초자연이 서로 교감하는 신비로움을 품어내고 있다. 대지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조차 아르누보의 장식적 요소를 더해 양탄자의 문양처럼 그려져 있어 탈속의 느낌을 더해 준다. 그림의 배경이 된 곳은 생제르맹앙레(Saint-Germain-en-Laye)의 테라스이다. 생제르맹앙레는 모리스 드니가 평생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림 전면에서 옆모습으로 서로 마주하고 있는 두 뮤즈의 모델은 아내인 마르트이다. 드니는 이 그림을 그렸던 1893년 마르트와 결혼하였다. 마르트야말로 드니에게서는 평생 그림의 영감을 주었던 뮤즈였다. 그는 아내의 초상화는 물론이요 가정에서의 일상, 아이와 함께 있는 순간 등 다양한 모습으로 아내를 그렸다. 심지어 약혼녀 시절에 그린 것으로 세 가지 다른 모습을 한 화면에 담은 삼면 초상화도 있다.

 

모리스 드니는 히브리어로 예언자를 뜻하는 나비파를 이끌었던 멤버 가운데 하나로서 1891년에서 1900년까지 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전시도 하였다. 종교적 주제를 가진 그림을 많이 그려, 동료들이 "아름다운 이콘의 예언자"라고 부를 정도로 종교화에 심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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