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조스 알버트
몇 해 전 어느 정치가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얼마나 삶이 팍팍하였으면 하루일과를 마치고 쉴 수 있는 저녁 시간에 대한 사회적 선망이 그같은 정치적 구호에 다 실려 나왔을까 싶다. 어쨌거나 저녁 시간은 안식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때 식사가 곁들여진다면 그것의 풍경은 당연히 온가족이 둘러앉아 있는 것일 게다.
그런데 그 식사 시간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면 그래도 행복할 수 있을까. 한 여인이 창 앞 식탁에 앉아 홀로 식사를 하고 있다. 요새 하는 말로 이른바 혼밥이다. 어스름을 표현하려 했는지 단색톤이 다소 암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창밖 풍경의 나무들이 모두 앙상한 가지만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계절도 쇠락하는 늦가을 정도인 듯하다.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인의 머리나 옷 매무새는 단아한 가운데 엄격함이 엿보인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 먼 시간대에서 불쑥 뛰어나온 것 같은 모습이다.
조스 알버트(Jos Albert)는 벨기에 화가로 1886년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생조스텐누드 아카데미(Académie de Saint-Josse-ten-Noode)에서 수학하였다. 초기 작품은 인상주의와 야수파의 영향을 보이고 있다. 이 무렵의 작품중 유명한 것으로 <큰 실내정경(점심식사)>(1914)가 있다. 점심식사를 부제로 하고 있어 식탁 앞의 분위기가 <점심식사>(1926)와 비슷하다. 하지만 색감이 화려하고, 시점도 인물 앞에서 조금 위쪽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위치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특히 식탁에 다른 인물의 자리와 그를 위한 접시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은 서로 구별되는 특징이다. 작품 제작년도로 보아 7년쯤 뒤에 그려진 <점심식사>에서는 분위기가 많이 암울하게 변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버트는 한때 큐비즘과 표현주의도 수용하여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기도 하였지만 종국에는 리얼리즘으로 돌아와 남은 생애 동안 여기에 안착하였다. 그는 실내정경, 정물, 풍경 및 일상생활 주제에 천착하였다. 그의 그림은 선의 정확성과 디테일의 섬세한 처리를 특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