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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Nov 25. 2016

저녁이 있는 삶

55-파울 카이저

파울 카이저, 멜라니가 있는 실내정경, 1915, 캔버스에 유채, 80 x 80 cm,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이런 것일까. 호젓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날은 저물어 창밖은 캄캄하다. 하지만 반대로 밖에서 보는 실내는 불빛으로 따뜻하게 빛날 것이다. 붉은 색 커튼이 창 주위를 정연하게 감싸며 덮고 있다. 실내는 창가를 돌아가며 놓여 있는 화분에 담긴 초록 식물들로 청량하다. 화면 정가운데로 원탁이 놓여 있고 한 여인이 앉아 저녁의 독서를 즐기고 있다. 화가의 아내이다. 원탁 바로 위에는 둥근 유리덮개를 한 조명이 환하다. 불빛을 받은 여인의 앞머리 금발이 더욱 금빛으로 빛난다. 여인의 뒷모습은 단아하기 그지없다. 집도 주인의 심성을 닮는가 보다. 다소 빡빡하게 놓여 있는 가구며 실내 물품들이지만 주인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고요히 침잠해 있다.


파울 카이저(Paul Kayser:  1869–1942)는 독일 함부르크 태생의 화가로 함부르크 예술클럽의 창립 멤버이며 함부르크 분리파로도 활동하였다. 뮌헨과 드레스덴 응용예술학교에서 수학하였다. 야수파 계열의 작품 경향성을 보이며, 함부르크 지역이나 엘베강 유역을 그린 다수의 풍경화를 남겼다. 19세기말 프랑스에서 파리가 예술가를 끌여 들였다면 독일에서는 함부르크가 그러한 역할을 하였다. 그 맥락에서 프랑스 화가인 알베르 마르케가 1909년에 함부르크를 방문하였을 때, 카이저는 그와 만나 이때부터 같이 그림을 그리는 등 오래동안 교우관계를 유지하였다. 당시 마르케가 그린 함부르크 항구 그림은 모두 17점이나 된다. 카이저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함부르크에 있는 게르다 코펠 미술학교에서 33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내 멜라니 헤르츠와는 1902년에 결혼하여 딸 둘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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