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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Sep 26. 2016

멀리 있어 그리운

74- 하삼

차일드 하삼, 발코니에서, 1888,  캔버스 위 종이에 파스텔,  76.2 × 45.7 cm , 개인소장


지금이야 밤이라 해도 인공조명이 휘황하여 거의 낮과 밤의 구분이 없을 만큼 일상사의 제약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밤의 어둠은 낮과는 다른 시간대로서 활동의 제약은 물론이요 다른 심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거기에는 달에 대한 이미지도 포함된다. 옛날에는 달이 자연조명의 기능을 하여 달빛으로 밤길을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달밤의 마력은 사람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것이다.


달은 보는 이의 마음을 풍요롭게도 하고 거꾸로 빈한하게도 만든다. 내 마음이 따뜻하면 달도 포근하게 보이고, 반대로 쓰산하면 차갑게 보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다. 옛적부터 달을 보고 사람들은 그리움의 정한을 투사하였다. 내가 보는 저 달을 멀리 떨어져 있는 내 님도 같이 보고 있겠지 싶어, 달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기도 하였다.


이 그림은 미국 화가 차일드 하삼이 20대 후반의 젊었을 때 그린 것이다. 하삼은 당시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 푸른 밤, 창으로 들친 달빛에 끌려 여인이 발코니로 나왔다. 하늘을 보니 휘영청 보름달이다. 그리운 이가 남기고 간 것인가. 화분에 핀 소담스런 꽃망울에도 시선이 간다. 서양판 월하정인(月下情人)인 셈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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