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꿈꾸는 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시 Dec 24. 2016

창에 별 뜨면

81 - 레나토 구투소

레나토 구투소, 벨라테의 저녁, 1980

어스름 저녁이다. 해는 이미 기울어 어둠이 밀려 오고 있다. 집집마다 창에 불을 밝혔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지만 창문의 노란 불빛만으로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진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곳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의 작은 도시인 벨라테라는 곳이다. 야망을 품고 떠나든 지긋지긋해서 도망치듯 떠나든 일단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 타향에서 떠다니다 보면 어느날 문득 그리워지는 게 다시 고향이다. 그때 떠오르는 기억들은 사람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창문의 불빛도 멀리서 보면 별빛이 된다. 유년의 그 따뜻했던 온기와 그때 같이 했던 사람들이 별빛으로 떠오르면 고향을 찾아가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레나토 구투소(Renato Guttuso: 1912-1987)는 시칠리아 팔레르모 인근 바게리아 태생의 이탈리아 화가로 책의 삽화도 그리고 극장 디자인도 하였다. 팔레르모 대학에서 잠시 법학을 공부하기도 하였으나 곧 포기하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표현주의를 비롯해 입체파, 팝아트 등 다양한 화풍을 통해 반파시스트 활동을 하였다. 이탈리아 공산당에 참여하여 정치활동을 하였으며 의원에도 두 차례 당선되었다. 시칠리아 농부들의 가난과 투쟁이 두드러진 사회성 짙은 그림을 많이 남겼다. <벨라테의  저녁>을 그릴 당시 화가의 나이는 거의 70대가 다되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틀림없이 자신의 고향 동네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고향도 그를 잊지 않아 바게리아에는 레나토 구투소 미술관이 세워져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창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