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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an 06. 2017

사랑의 시작

85-피메노프

피메노프, 사랑의 시작, 1960, 캔버스에 유채, 57 x 74 cm, 키예프 국립러시아미술관


전철 아니면 버스 안인 듯싶다. 차창 밖으로는 비가 오고 있다. 거리에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행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차창에도 빗방울이 점점이 맺혀 있다. 남녀 승객 둘이 앉아 있는데, 앞줄의 여인은 본인의 신문 혹은 책자 같은 읽을거리를 들여다 보고 있다. 뒷줄의 남자는 앞의 여인을 바라 보고 있다. 평범한 도시 일상의 한 순간이다. 


그런데 그림의 제목의 "사랑의 시작"이다. 명명은 이래서 중요하다. 이름을 불려준 순간 다가와 꽃이 되듯이, 사랑의 시작이라고 명명하자 이 평범한 일상의 순간이 일생 잊지 못할 영원의 순간이 되었다. 남자는 앞줄의 여인에게 요즘 말로 필이 꽂힌 모양이다. 용기가 있다면 아마도 여인을 따라 내려 말을 붙일 것이고 그렇게 그들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인연은 이처럼 버스 안에서도 시작된다.


유리 이바노비치 피메노프(Yuri Ivanovich Pimenov: 1903-1977)는 러시아 화가로 정물화의 대가이며 초상화나 풍경화도 그렸다. 이젤화가협회의 창립 멤버이며, 노총영화예술연구소에서 미술 분야 교수진으로 활동하였다. 구소련의 인민예술가, 예술아카데미 정회원이었으며, 레닌 국가훈장을 받았다. 모스크바의 일상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으며, 사람과 도시는 그의 일관된 그림 주제였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그 도시의 생애와 발전을 그 자신의 집과 조국의 생애와 발전으로 여겼을 정도로 모스크바를 사랑하였다. 사랑하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도 눈에 보이는 법이다. 그는 인상주의적 붓터치를 통해 모스크바 도시의 일상을 포착하여 묘사하고자 하는 사건의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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