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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14. 2017

94-구스타브 장 자케

구스타브 장 자케, 꿈,  제작년도 불명, 판넬에 유채,  40.0 x 30.5 cm, 개인소장


책을 보다 잠드는 것은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자다가 책의 내용과 연관된 꿈을 꾸기도 한다. 옛날 서당에서 글공부하던 도중 졸다가 훈장 선생께 걸린 학동이 변명으로 공자님을 뵙고 왔다고 너스레를 떠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는데, 딱히 거짓말만은 아니다. 꿈 자체가 의식과 무의식이 엉켜서 다채롭게 변형된 내용으로 전개되는 만큼,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나 과거의 회상, 장면에 대한 상상 들이 자는 동안에 충분히 꿈으로 펼쳐질 수 있다. 물론 깨어나서 그 꿈의 내용이 생각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의자에 앉아 책을 보던 여인은 어느덧 책을 들고 있던 팔을 떨어트린 채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곤한 잠에 빠져 들었다. 처음부터 졸리면 자야지 하는 생각이었는지 발밑에 쿠션도 깔아 편안한 자세로 독서를 시작하였던 모양이다. 역삼각형 구도로 허리를 꽉 조이는 의상이 겉으로는 화사해 보이지만 보는 사람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그녀가 혹시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면, 이런 옥조임에서 벗어나 온갖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비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구스타브 장 자케(Gustave Jean Jacquet :1846-1909)는 파리 태생의 프랑스 화가이다. 비록 그의 그림 주제가 농촌 소녀나 신화적 장면이 이니었지만, 곧바로 명성을 얻었으며 기교적인 작품들, 이를테면 16~18세기 의상을 갖춘  여인들의 그림들로 유명세를 탔다. 간혹 작은 판넬에서 작업하기도 했지만 실물 크기의 캔버스와 같은 대작을 그렸다. 그의 모델들은 항상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늘 생동감 넘치고 삶에 충만하였다. 그는 오래된 옛날 무기나 갑옷을 수집하였는데, 이를 포함해 사후 경매에 나온18세기 물건들이 300여점이나 되었다. 결혼은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정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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