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를 하려고 보니 치약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남은 치약이 거의 없어, 얼마 전 선물로 받은 업사이클링 치약 짜개(페트병 뚜껑을 재가공하여 만들었다)도 소용없어진 지 오래였다.
자연스레 치약통을 가위로 T자 모양으로 잘랐다.
아니나 다를까, 내일 하루는 더 쓸 만큼의 치약이 남아 있었다.
얼마 전에는 아기 돌 기념 촬영을 했다.
큰 고민 없이 집에 있던 자켓 중 하나를 입고 찍었다.
사진을 본 친구가, "너 이 자켓 아직도 입어?!"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벌써 10년 정도 된 옷이었다.
이직한 회사는 뭐든 필요한 사무용품이 있으면 주문하라 했다.
우선 집에 있는 것들은 사양하고, 집에 없는 것들만 부탁드렸다.
예산이 있으니 편하게 이야기해도 된다 했지만, 멀쩡히 집에서 놀고 있는 문구류를 두고 똑같은 것들을 새로 사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로스쿨 시절부터 손때가 묻은 펜, 스테이플러, 마우스패드 등을 챙겨 와 회사 책상에 정리해 두었다.
우스갯소리로, 고도로 발달한 환경운동가는 거지와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편이고, 그런 내 성격을 스스로도 알기 때문에 물건을 잘 사지 않는데
나이를 먹고 연차가 차면서 참석해야 하는 자리들이 있다 보니 초라해 보이진 않을까 가끔 걱정된다.
그러다가도 인도였나, 지구 어딘가에서 풀 대신 옷을 씹고 있는 소들과, 더 이상 매립할 곳이 없어 산이 되어버린 쓰레기더미를 생각한다.
아니, 멀리 볼 것도 없이, 주 2회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대체 이 중 몇 %나 재활용이 되려나' 하면서 휘청거리며 들고 내려가는 플라스틱, 종이, 공병들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