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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을 때

by Flying Shrimpy

1. 아기가 자기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가끔 그러는 것을 보긴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형아 누나들과 놀다가 배운 장난인 줄 알고 어린이집 알림장에 한 번 지켜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선생님께서 어린이집에서는 그러지 않는다고 걱정 말라고 하셔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이번 추석 연휴 며칠간 진득하게 아기와 붙어 있어 보니, 생각보다 빈도가 잦고 강도가 셌다.


혹시 틱은 아닐까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소아과 유튜브를 급히 찾아보니, 이 월령즈음 주 양육자가 혼을 낼 때 말을 할 수 없으니 자기 머리를 때리거나 바닥에 머리를 박는 등 자해 행동을 하면서 불만을 표하는 아기들이 있다고 했다.

'엄마가 사랑하는 내가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니, 엄마도 아프지?'라는 심정이라고.


아기는 양가 부모님들 모두 '네가 어릴 때 저랬다면 나는 거저 키웠겠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실 만큼 잘 먹고 잘 자고 사람을 좋아하는 밝은 아기인데,

가끔 밥으로 장난을 친다고 반찬을 바닥에 던지거나 장난감을 던지면 나는 '안 돼! 안 된다고 했어!'라고 큰 소리를 내면서 아기의 눈을 오래 똑바로 쳐다봤다.

아기가 자기 머리를 때리기 시작한 것이 그게 몇 번 반복되었을 무렵 같다.


우선 아직은 본격적인 훈육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아기가 머리를 때려도 무심한 척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길 바라며.


2. 아기가 시터이모님이 집에 가시면 서럽게 운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시터이모님은 우리 집에 오신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으셨고, 등원 도움만 받고 있어 하루에 2시간만 함께하시는 분이다.

심지어 실수가 잦고(에어컨을 켜놓고 나가셔서 하루종일 창문이 열린 채로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다거나, 냉장고 문과 현관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나가신다거나), 아기에게 야! 너!라고 윽박지르시는 등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 부부가 여차하면 곧 다른 분을 모셔야겠다고 마음 먹게 한 분이다.


그런 분이 퇴근하고 집에 가실 때, 아기가 엉엉 울면서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참고로 엄마인 내가 출근할 때는 매일 웃으면서 보내준다...).

억장이 무너진... 것까진 아니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자기에게 조금만 잘해줘도 이렇게 좋아하니, 혹 내가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복직을 해서, 그리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피곤하다고 아기와 보내는 시간을 대충 '때워서' 일종의 애정결핍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어젯밤, 추석을 맞아 양가를 모두 방문하고 돌아온 후 침대에 고된 몸을 누이며 뒤척였다.

아기의 이런 행동들이 다 내가 너무 일찍부터 남의 손에 맡기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서툴게 훈육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면 내 인생에 하나뿐일 아이와의 관계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 마음을 다잡았다.


1. 되돌릴 수 있는 것만 후회하자. 다시 돌아가도 나는 전업이 아니라 일찍 복직하는 것을 택할 테니(내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는 그때의 정신 승리를 다시 하며).

2. 훈육은, 내가 그 방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투르게 시작했으니 앞으로는 적절한 방법과 빈도를 공부해서 해보자. 아기가 제멋대로 행동하는데 당연히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인간 아니냐! 싶을 때는 옆에서 온화하게 웃으며 '괜찮아~'라고 하는 남편을 한 번 돌아보자고.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풀고 다시 끼우고,

두 번째 단추부터는 제대로 끼우려 노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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