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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월 한 단어로 정의하기

by Flying Shrimpy

10년 전쯤이었던가, 기후변화를 우스갯소리로 풀어낸 말이 있었다.

'봄여어어어름갈겨어어어울.'

심지어 올해 가을은 '갈'도 아니고 'ㄱ' 정도로 끝나버린 것 같다.

추석 전까지는 더웠고, 긴 추석 연휴 동안은 비가 왔으며, 추석이 지나고부터는 갑자기 겨울이 되었다.


어느덧 10월을 하루 남겨두고, 나의 10월을 한 단어로 정의하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사소한 변주들을 주었던 한 달이기 때문이다.




1. 남편의 비교적 늦은 귀가시간에 맞춰 그동안 같이 자주 먹던 야식을 끊었다.

야식이래봤자 간단한 안주나 과자 정도였지만, 밤 늦게 먹는 날이 모이니 서서히 몸무게가 늘고 바지가 맞지 않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끼고, 10월부터는 16:7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24시간 중 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하고 나머지 7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방식인데, 나는 저녁 7시에 모든 식사를 끝내고 그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

출산 전 자주 쓰던 다이어트 방법이라 내 몸에 잘 맞는다는 걸 알고 있기도 했고 적응하기도 쉬워서 도했는데, 잘 유지하고 있다.


2. 위 1번의 야식과 같이 먹던 술을 줄였다.

남편과 나 둘 다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보다는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반주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말이 좋아 반주지 이틀에 한번꼴로 맥주나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최근에는...언제 먹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걸 보니 최소한 2주는 되어가는 것 같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잠을 좀 더 푹 자게된 듯하다.


3. 10년 정도 꾸준히 하던 요가 대신 러닝을 시작했다.

가을 날씨가 좋아 밖에서 만끽하고 싶기도 했고 (이렇게 바로 추워질 줄 몰랐지...) 마침 거의 3년간 함께하던 요가 선생님께서 그만두시게 되었으며, 친한 팀원들이 적극 권한 것도 한몫했다.

마침 집 근처에 뛸 곳도 있고, 지인이 '런데이'라는 어플을 추천해줬는데 그 어플의 인터벌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내 운동 루틴에 잘 맞았다.

첫 날은 1분 달리기, 2분 걷기였는데 점차 늘려 지금은 3분 달리기, 2분 걷기까지 왔다.

유산소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뛴 다음 날은 배에도 기분 좋은 근육통이 느껴지고, 3주가 지난 지금 허벅지 근육도 많이 생겼다!


4. 낮에 먹던 과자를 줄였다.

팀원들이 매달 다과비로 캐비넷 가득 과자를 사서 채워두는데, 계약서를 수정하거나 자문 의견서를 작성하고 나면 급격히 당이 떨어져 꼭 한두봉지씩 까먹곤 했다.

새로 출시된 과자는 도전해보자고, 스테디셀러는 맛있다고 여러 날 먹다보니 역시 내 뱃살의 주범이 되어 있었다.

(혜수언니 말이 맞았다. 과자는 제일 건조하고 못생기게 살이 찌게 한다!)

요즘은 입이 심심하면 과자 대신 삶은 계란, 견과류, 두유 등을 먹는다.


5. 피부관리도 비싼 건 아니지만 나름 주기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내가 비용, 받을 때의 아픔, 높은 가격 등으로 피부 시술을 고민하자, 친구가 본인 결혼식을 앞두고 꾸준히 받아 효과를 봤다며 'LDM'이라는 것을 추천해줬다.

40분이면 모델링팩까지 다 끝나고, 아프지 않고(중요하다) 무엇보다 일과 육아에 치이다 잠시나마 '관리를 받는다'는 기분이 좋다!

2주에 한번은 시간을 내어 꾸준히 받아보려고 한다.




나의 10월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불순물을 걷어내고 본질만 남기는 “정제(精製, refinement)"인 것 같다.

몸과 마음(특히 몸)의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나를 좀 더 다듬은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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