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비행하면서 만난 정비사님에게 물었어요. 제가 승무원 웹툰을 그리는데, 정비사님 이야기도 그려보고 싶다고 혹시 기억에 남는 사건은 없는지 말이죠. 정비사님은 대뜸 동료가 겪은 일을 들려주었어요.
그날따라 한 동료의 옷에 엔진 오일이 잔뜩 묻었다고 해요. 그 동료는 승객이 탑승할 때 간격을 두고 비행기 바깥에서 지켜보았는데, 한 승객이 아이에게 가르치듯이 "공부 못하면 저렇게 더러운 옷 입고 바깥에서 일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에 놀라는 저와 신입 승무원을 보고 정비사님은 담담하게 말했어요.
"다 그렇지, 뭐. 근데 그 동료가 서울대 출신이었거든~."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자신이 알고 있는 게 절대적이지 않음을 모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기보다 오히려 입이 닫히게 되죠. 그리고 그저 묵묵히 우리가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함은 우리가 가장 잘 아니까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