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냄새 대환영
바닷가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가만히 기다린다. 가급적 바닥에 발바닥을 딛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금방 큰 변화가 없더라도 조금만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보자. 이내 하나 둘 모이는 작은 친구들이 보일 것이다.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대체로 줄새우아재비라는 작은 새우들이다. 아재비는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로 민물에 사는 줄새우와 친척쯤 된다는 뜻이다. 줄새우아재비는 파도가 직접 부딪치는 거친 바닷가보다는 조용히 은신하기 좋은 조수웅덩이나 만 형태의 수심이 얕고 아늑한 환경을 좋아한다. 그런 장소에는 먹이가 되는 퇴적물도 많다.
바닷물에 담근 발 위로 가장 용감한 녀석이 먼저 올라온다. 긴 더듬이를 휘두르며 발가락 사이를 탐색을 하던 녀석이 집게발로 피부의 각질을 집어 뜯어내면 다른 녀석들도 경계심을 거두고 먹이 경쟁에 돌입한다. 조그만 새우의 작은 집게발이지만 어떤 때는 꽤 따갑다.
작업의 특성상 장시간 얕은 바다에 들어가 엎드려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피사체를 좇다 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훼방꾼이 바로 이 줄새우아재비들이다. 이 녀석들은 발뿐 아니라 노출된 피부에는 죄다 붙어 잡아 뜯는다. 다른 곳은 참아도 얼굴에 붙어 기어 다니며 뜯어대면 견디기 힘들고 가만히 놔두면 렌즈 앞을 막아서서 NG를 만든다.
종종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사람들은 이 닥터 쉬림프 체험을 재미있어한다. 새우가 누구 발에 먼저 오나 경쟁을 시키면 몰입도가 올라간다. 새우가 빨리 오는 조건은 지정학적인 것도 있겠으나 다음과 같은 조건이 중요하다.
1. 바닥에 발을 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2. 발에 로션이나 선크림 같은 화장품을 바르면 안 된다.
3. 발이 너무 깨끗하면 빨리 오지 않는다.
4. 각질이 많고 냄새나는 발을 좋아한다.
줄새우아재비는 바닷가의 청소부이다. 플랑크톤이나 작은 생물을 먹기도 하지만 퇴적물, 사체 등을 분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닥터 쉬림프 체험을 하며 생태를 관찰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